법정서 朴 前대통령 언급하며 눈물… 국정원 특활비 관련 증언 거부
25일 오전 11시 35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 공판. 증인으로 나온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2·구속 기소·사진)이 법정에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인 남현우 변호사(47·사법연수원 34기)가 “이 전 비서관도 경제학 박사여서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지 않았느냐”고 질문을 한 직후였다.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이 전 비서관은 어깨를 들썩거렸다. ‘흑흑’거리는 소리가 방청석까지 울렸다. 이 전 비서관은 애써 숨을 고르며 “(박 전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정하시라. 물이라도 좀 드시라”며 증인신문을 급히 마무리했다. 오전 11시 41분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는 이 전 비서관은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최순실 씨(62·구속 기소)를 만났던 상황도 증언했다. 이 전 비서관은 “보고를 하러 갔을 때 최 씨가 저희들(비서관들)끼리 있으면 들어와서 과일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는 곳에 대통령의 의상이 있었는데 최 씨가 들어와서 갖고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최 씨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최 씨가 정치 기사에 관심이 있었다. (최 씨가) 얘기를 하면 저는 주로 들었다”고 했다. 최 씨를 만난 정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2013∼2015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충당한 청와대 명절·휴가비 명세를 최 씨에게 건네줬냐는 질문에 대해선 자신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 전 비서관은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검찰에 말씀드린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