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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도미노’ 현실화땐 사학연금도 위태

입력 | 2018-01-26 03:00:00

[저출산 속 위기의 대학]2024년 교직원 4만명 실직 위기
연금 붓는 사람 줄고 수혜자는 늘어
재정적자 불가피… 고갈 빨라질듯




서남대 A 교수는 폐교 다음 달인 3월부터 매달 130만 원가량의 연금을 받는다. 임금체불 기간 받은 대출금 이자를 내면 실제 손에 쥐는 건 얼마 안 되지만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는 연금이 유일한 소득이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립대 교직원이 퇴직하면 기댈 곳은 사학연금뿐이다. 퇴직금(퇴직수당)과 노후 자산인 연금(퇴직급여)이 모두 여기서 나온다. 현 추세대로 학생 수가 줄어 대학의 ‘폐교 도미노’가 현실화되면 사학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25일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2024년이면 사학연금 전체 수입의 16%가 줄어든다. 이 시기는 한 해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저출산 세대’(2002년생 이후)가 4년제 대학 4학년까지 진학하는 때다. 저출산 여파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면 4년제 대학 73곳, 전문대 52곳이 존폐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대학들이 문을 닫으면 교직원 약 4만 명이 실직 위기에 놓인다. 현재 14만 명인 사립대 전체 교직원 10명 중 3명이 내던 연금액(2850억 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폐교 도미노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면 사학연금 재정이 직격탄을 맞는다.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직원과 학교법인, 정부가 매달 일정액을 내고 교직원이 퇴직하거나 사망, 재해를 입었을 때 각종 급여를 받는 구조다. 한창 연금을 부을 연령대의 교직원이 일찍 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연금 재정의 적자가 쌓이게 된다. 이미 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난 반면에 연금을 부을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학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전망한 재정 고갈 시기는 2051년이다. 하지만 폐교 도미노로 대거 실직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전망치다. 실제 고갈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학연금공단 관계자는 “폐교 대학 교직원은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으로 노동력 손실을 막고 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업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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