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점검회의]지지부진한 일자리 정책 질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국정 역량을 총동원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5일 오후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가 열린 청와대 본관 충무실. 청년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대표 등 회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회의는 제가 요청해 열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의례적인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굳은 얼굴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평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분발을 당부했던 문 대통령 화법과 달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질책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차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을 질책하는 동안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청년 일자리 배수진 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식 세대인 에코붐 세대가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회의에 참석한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내년부터 2021년이 인구구조상 ‘설상가상’의 시기”라며 “일자리는 연간 30만 개 정도 생기는 반면, 대졸자는 50만 명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까지도 청년 취업난의 해소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문 대통령, “일자리 문제 해결 요술 방망이는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에 대해 “우리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은)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요술 방망이는 없다. 몇십 명, 몇백 명씩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단계적으로) 모아나가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야구로 치면 홈런 칠 생각만 하지 말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단타도 좋고 번트라도 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청년 대표들은 창업과 해외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정책참여단 대표로 참석한 대학생 이재은 씨도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수혜자인 청년의 목소리와 고충이 담겨야 정책이 청년 중심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한 특성화고 재학생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들어가 봐도 온통 대학생 위주 정보만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나고 자란 곳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어도 마땅히 취업할 곳도 없고 주거지원 정책도 수도권 중심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발언을 모두 꼼꼼히 받아 적었다. 마무리 발언에선 “단기적으로 고용절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하고 과감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정부는 2월 중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회의 마지막으로 ‘2월에 (각 부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