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스포츠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꿈꾸던 한 국가대표 선수의 절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은 24일 늦은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올림픽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던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올림픽 출전 규정 숙지 미숙으로 인해 대회를 불과 18일 앞두고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개최국 자격으로 팀 추월에 출전하더라도 참가 선수가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오륜기 조형물에 앉아 찍은 사진과 함께 노선영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며 연맹을 향한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노선영은 2016년 4월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남자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까지 언급하며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노선영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규정이 그렇다고 연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손놓는 것도 웃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주 발생한 쇼트트랙 대표 심석희의 폭행 피해 건에 대해서도 연맹은 “이번 주초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사건 발생 9일 만인 25일에야 가해자 조모 코치를 영구 제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으려 하기보다는 그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만 되풀이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연맹의 한심한 행정에 선수들의 가슴엔 피멍이 들고 있다.
강홍구·스포츠부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