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글로벌 금융위기 10년… 국내 금융권 CEO 변화는
○ ‘안정 경영’ 분위기가 금융권에도 미쳐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일반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통해 조직을 확장하는 공격 경영을 못 한 여파가 금융권에도 미친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권에서도 경기고 퇴조…대구고는 약진
고교 평준화 세대가 CEO급으로 성장하면서 CEO 배출 고교가 특정 학교에 몰리는 현상이 상당히 완화됐다. 조사 대상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는 2008년 초 28개교에서 올해 초 37개교로 9개교 늘었다.
실제로 국내 최고 명문고로 꼽혔던 경기고 출신 대표이사가 많이 줄었다. 2008년 초에는 전체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22.5%를 차지했지만 올해 초에는 10.9%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보고 경기고에 입학한 세대들이 은퇴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경기고 비중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서강대 고려대 ↑, 서울대 연세대 ↓
올해 초 기준으로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2명 이상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이상 각 9명), 연세대(6명), 서강대(4명), 한국외국어대(3명), 단국대 성균관대 영남대 전남대(이상 각 2명) 등 9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9개 대학 가운데 10년 전에 비해 대표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였다. 2008년 1명도 없었던 서강대 출신은 4명(비중 7.8%)으로 증가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로 구성된 ‘서금회’ 회원들이 약진한 덕분이다.
반면 출신 대학 순위에서 2008년 12명으로 1위를 차지했던 연세대는 6명으로 10년 사이 절반으로 줄어 25.5%였던 비중도 11.8%로 크게 떨어졌다. 서울대 출신 비중도 23.4%에서 17.6%로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사소한 것까지 감독 당국의 규제를 받는 만큼 정치권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초 기준 CEO들은 과거 정권과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일단 정권이 바뀐 만큼 내년 이후에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상철 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