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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이집, 이집 주세요”…강남 뛰자 강북도 재개발 집값 껑충

입력 | 2018-01-28 16:44:00

동아일보 DB


“집도 안 보고 음식 주문하듯 중개업소에 앉아서 리스트만 보면서 ‘이 집, 이 집, 이 집 주세요’ 하는 사람도 많아요.”

최근 재건축추진위원장 선거를 마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4재정비촉진구역의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들어가 살 집이 아니라 ‘딱지(분양권)’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싼 값에 대지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반지하나 지하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에 편승해 지은 지 30년 넘은 강북 노후 빌라(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다. 뉴타운 조성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분양권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몰리면서다. 여기에 정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향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수요가 강북 지역으로 ‘북상(北上)’하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시장이 끓어오르고 있다.

●대지 3.3㎡당 1억 원 넘어도 ‘품귀’

찾는 사람이 늘면서 강북 뉴타운 사업지 내 빌라 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정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신정4지구 빌라 시세는 이달 초 대지지분 3.3㎡당 3000만 원에서 현재 3500만 원까지 올랐다. 이들 지역에서는 시세를 주로 대지지분 기준으로 잡는다. 대지지분에 비례해 재건축이나 재개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지분이 클수록 신규 아파트 분양권을 따기에 유리하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대지지분이 약 30㎡인 빌라의 경우 6개월 전 2억5000만 원 선에서 최근 3억4000만 원까지 1억 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한강변과 가까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은 분위기가 더 뜨겁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뉴타운 3구역의 경우 최근 다세대 빌라 시세가 대지 3.3㎡당 1억 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보다 2000만 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태원동 K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가격 부담에 선뜻 거래를 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사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이 귀하다”고 했다.

최근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도 매물이 드물다. 지하철역과 한강 등이 가까워 노량진 뉴타운 내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3구역은 대지지분 3.3㎡당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10% 이상 올랐지만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 미아뉴타운 역시 최근 조합을 재정비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 달 전보다 대지지분 값이 많게는 3.3㎡당 200만 원 올랐다.

●재건축 규제 ‘풍선효과’

이런 현상에는 뉴타운 사업이 사실상 싼 값에 서울 새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정4지구 빌라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39)는 “신혼부부라 가점제 청약에도 불리한데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사기엔 가격 부담이 커 뉴타운 딱지를 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도 이달 들어 가격이 크게 뛰는 데 한몫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 의견이다. 특히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발표가 가장 큰 분수령이 됐다. 이태원동 K공인 대표는 “지난주부터 문의전화의 50% 정도는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고 했다. 노량진동 R공인 관계자 역시 “재건축을 규제하면 뉴타운과 같은 재개발 사업이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가 재건축 시장을 집중 타깃으로 한 규제를 연달아 꺼내들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재개발 및 뉴타운 사업지 등이 신규 아파트와 함께 대체투자처로 뜨고 있다”고 했다.

정부 규제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만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장 본부장은 “재개발은 재건축에 비해 조합원 수가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딘데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