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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인터뷰 “통합 반대가 소신이면 탈당하라”

입력 | 2018-01-28 17:05:00


[조영철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창당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12년 9월 ‘정치’에 입문한 이후 2년에 한 번꼴로 창당하고 있다. 2014년엔 새정치민주연합을, 2016년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에는 바른정당과 통합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가 거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바른정당과 손잡으려는 이유는 뭘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적 통합 아니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이란 3대 비전을 갖고 추진하는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와 인터뷰는 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안 대표는 하루 전인 23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함께 호남을 찾아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고 돌아왔다. 인터뷰는 호남 방문 얘기로 시작했다. 


어제(1월 23일) 유승민 대표와 함께 광주에 다녀왔는데, 현지 분위기가 어떻던가요. 

“굉장히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 대표와 함께 내려가서 좀 봐주셨나.(웃음) 통합을 통해 변화를 이끌겠다는 제 얘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국민의당이 꼭 필요하다”20대 총선 때 호남은 지역구 28석 가운데 23석을 국민의당에게 몰아줬다. 국민의당에게 호남은 모태와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때 호남의 선택은 안 대표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2018년 1월 현재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호남이다. 국민의당이 대선 이후 호남에서 좀처럼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호남 분들조차 ‘국민의당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국민의당이 있으니까 정부여당도 호남에 더 신경 쓰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호남에서 바른정당과 통합에 대해 찬반은 엇갈리지만 국민의당의 존재 자체까지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통합 반대파 인사들과는 결국 결별하게 되는 건가요. 

“한 분이라도 더 함께하고자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최후까지 설득이 안 되면?

“치열하게 토론한 끝에 전 당원 투표로 (통합 추진) 의견을 모았으니, 이제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뜻을 묻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 정당 구성원의 기본 아닌가요. 전당대회를 무산시키려 하거나 우리 당에 소속된 상태에서 다른 정당을 만드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당을) 창당하려면 나가서 해야죠.” 

바른정당과 통합에 대해 정체성 혼란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우리 당 내부와 바른정당 구성원 간 스펙트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경제문제는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고요. 차이가 있다면 대북문제인데, 과거 정책으로 얘기하기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남북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안 대표는 “대북 압박 이유는 체제를 무너뜨려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힘으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조건에 맞게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은 다당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당이 총선 민심으로 제3당이 되면서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탄생한 정당이고요. 두 당의 통합은 탄핵을 시작한 정당과 탄핵이 실행되도록 한 정당의 통합입니다. 다당제가 유지되려면 제3당이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제3당이 소멸되면 양당제로 회귀하고 맙니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는 제3당(국민의당)과 제4당(바른정당)이 소멸될 개연성이 큽니다. 경제정책도 거의 비슷하고 대북정책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수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결코 정체성이 흔들리는 통합이 아닙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공학적으로 통합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방선거를 위한 통합이 아닙니다.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으로 가기 위한 통합입니다. 통합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힘을 합해 개혁 방안을 찾으려는 과정입니다. 통합하면 큰 그릇이 만들어져 인물과 세력, 세대교체가 가능할 겁니다. 또한 양당 통합은 화합의 모범을 만들어 더 큰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영호남 화합도 못 하면서 어떻게 남북화합을 꿈꾸겠습니까.” 

통합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투표로 의석수가 정해집니다.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지역구 의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정당과 신념이 맞지 않으면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됩니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지키는 길 아닌가요. 김종인 전 대표나 박세일 전 의원의 사례가 있죠.”

[조영철 기자]

개혁정당, 젊은 정당, 통합정당국민의당 비례대표 출당문제는 정치지형을 바꿀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만약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 수가 20명을 넘으면 제4의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돼 통합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기 때문. ‘당의 이름으로 당선했으니 당이 추구하는 통합이 싫으면 소신껏 탈당하라’는 안 대표의 원칙론에 반통합파 비례대표 의원들이 어떤 대응 논리로 맞설지 궁금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합니까. 

“당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개인적 거취보다 당 미래를 위해 통합작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지방선거에 출마할 용의가 있나요. 


“(웃음) 지금은 통합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전당대회에서 통합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안 대표에게 정치적 명운이 걸린 선거다. 지방선거 결과, 특히 정치적 상징성이 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다당제, 특히 3당 체제의 정립 여부가 판가름 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안 대표와 유 대표 등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유력 정치인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헌에 대한 안 대표의 생각은 뭡니까. 

“개헌은 국민과 약속입니다. 반드시 개헌해야죠.” 


안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려면 분권을 위한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분권’입니다. 여러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는 융합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계획을 세워 대비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중앙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나눠야 합니다. 정치개혁의 중요한 방향도 바로 분권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다당제를 통해 국회 권한을 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도 필요합니다.” 

안 대표는 “얘기가 긴데 더 설명해도 될까요”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분권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어떤 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맘대로 하는 것 같은데 왜 제왕적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미국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한의 범위가 너무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행정부의 집행권만 행사합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집행권뿐 아니라 예산, 인사, 감사권에 입법권까지 5대 권한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권력의 절대반지를 끼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권력이 집중돼 있다 보니 교만해지고 부패로 흐르기 쉽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 집행권만 갖고 있지만 그마저도 철저히 견제받습니다. 상하원 양원제를 통해 견제하고 50개 주가 하나의 국가처럼 자치권을 행사하면서 연방정부를 견제하죠. 주별로 지방분권도 워낙 잘돼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여당은 정부 견제보다 거수기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국회의 견제권도 반쪽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의 독주를 막지 못하면 결국 대통령이 불행해집니다.”

“지방선거 출마? 당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

[조영철 기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려면 어떤 점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까. 

“우선적으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인사, 예산, 감사, 입법권을 축소할 필요가 있어요. 현 대통령제 아래서는 국회가 대통령 인사안을 거부해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미국처럼 의회가 부결하면 인사를 하지 못하도록 바꿔야 합니다. 또 예산도 미국처럼 의회에서 짜게 하고, 행정부가 가진 감사권, 특히 결산 감사권을 국회로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다. 입법권도 국회만 행사하도록 하는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로 바꿀 필요가 있고요.”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어떤 권력구조 개편을 선호합니까. 

“국회에 대한 여론의 신뢰가 워낙 바닥이라 의원내각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남는 것은 이원집정부제와 권력축소형 대통령제 두 가지인데, 어느 방식이든 다수가 합의하면 거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 개헌이 이뤄지도록 중재구실을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시나리오가 이렇게 되겠죠.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가 되지 않으면 청와대가 권력구조 개편안을 빼고 개헌안을 냅니다. 그런 다음 호헌세력과 개헌세력으로 나눠 지방선거 때 이용하려는 거죠.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진전되지 않는 것은 여당인 민주당에게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요. 


“개헌은 여당이 포용력을 갖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야당이 조금만 반대해도 (여당이) 가만히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새해 들어 남북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우선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좋은 일입니다. 국제사회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게 돼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대북제재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 등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적잖습니다. 

“무리하게 비쳐진 측면이 있죠. 기본적으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고, 남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완화하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를 함께 고려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비판을 받는 거죠.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전·현직 대통령의 갈등 양상이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 조사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하고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을 어긴 부분이 있다면 처벌해야죠.”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이후 전방위적으로 적폐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필수적으로 두 가지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하나는 책임자 처벌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책임자만 처벌하고 제도가 바뀌지 않아 잘못이 되풀이된다면 적폐가 청산된 게 아닙니다. 책임자 처벌이 사법부의 몫이라면 제도 개선은 입법부의 몫이죠.” 

안 대표는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야말로 입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은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 방송은 독립해야 한다’며 소속 정당 전원, 그리고 다른 정당 의원들까지 160명 넘게 서명을 받아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8개월이 지나도록 그 법이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어요. 야당 시절에는 ‘방송은 독립해야 한다’고 개정안을 내놓고, 이제는 정권 잡았으니 자기 사람을 임명하려 들면 과거 정권과 뭐가 다릅니까. 방송법을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키고 KBS 사장 등을 개정된 방송법에 맞게 뽑으면 국민이 동의할 겁니다.”

“MB 검찰 수사,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야”여권은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사건과 군 사이버사 댓글사건 등을 청산해야 할 대표적 적폐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 핵과 사이버전쟁 능력인데, 핵은 그렇다 쳐도 정보기술(IT)이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의 사이버전 수행 능력이 북한보다 못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왜 그랬나 살펴봤더니 그동안 사이버전사를 기른 게 아니라 댓글만 써왔다는 것 아닙니까. 허허 참. 군에서 댓글을 단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이버전 능력을 키울지 투자계획을 함께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노력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 대표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검찰개혁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본질적인 개혁 대신 논란이 생기면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는 임시방편으로 무마해온 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없앴습니다. 그런데 그 뒤 (해상안전이) 나아졌나요. 그렇지 않았거든요. 여기 있는 조직을 저기 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조직이 하는 일을 명확히 하고 책임과 권한을 준 뒤 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대공수사권도 간첩을 잘 잡을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봐야죠. 검찰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분권을 통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위 공직자만 따로 수사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이 검찰 권한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죠.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여당에서 (공수처장을) 임명하면 기존 검찰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권한을 분리하는 것 못지않게 견제 장치를 만드는 게 필수적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아르바이트 등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책 방향만큼 중요한 것이 시기와 속도입니다. 저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쪽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도록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최저임금 아닙니까. 문제는 너무 급격하게 인상하다 보니 어려운 분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금 부담으로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거나, 과거 4시간 일을 시켰던 것을 3시간으로 줄여 결과적으로 임금이 감소한 거죠. 정책 목표와 결과가 맞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 아닌가요. 그러면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정책 실패를 덮으려고 임금 보전을 위해 3조 원을 지원하겠다,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등 반(反)시장 정책들을 펴고 있어요.” 

지금 정부가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뭐라고 봅니까. 

“외교안보가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이 경제예요. 외교안보는 정말 심각합니다. 동맹과 주변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요. 1차적으로 외교안보팀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합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위험해집니다. 경제문제는 정부가 성장률에 취해 있는 것 같아요. 반도체 호황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3%를 넘겨 착시가 있는데, 그 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요. 반도체 호황이 지나면 우리가 안고 있는 경제 구조적 문제가 다 드러나게 됩니다. 지금이 산업구조를 바꿀 마지막 기회예요. 수출이 잘 돼 성장률은 높은데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어요. 문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고 하죠. 일자리 수치를 보면 심각성을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안 대표는 “일자리 정책에서 현 정부와 가장 큰 철학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은 소득주도성장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혁신성장이어야 가능합니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과 기업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민간기업이 자율성을 발휘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프로 정치인정치인 안철수는 무슨 보람으로 정치할까. 그의 인간적 면모를 살펴보고자 인터뷰 말미에 자연인 안철수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 정치 현안 질의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진중한 답변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정치권 투신 이후 행한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뭡니까. 

“먼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거예요. 꼭 법으로 규제할 일은 아니었지만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청탁) 문화를 바꾸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강화한)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도 제 친구 의사들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해 통과시켰고요. 정치적으로는 국민의당 창당으로 우리 정치에 다당제를 정착시킨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에 미련은 없습니까. 


“전혀 없어요. 그때는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1년 뒤(2012년)에 정치에 헌신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다시 교수를 거쳐 정치인이 됐는데, 진로를 바꿀 때마다 어떤 점을 가장 먼저 고려했습니까. 

“저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가를 생각했죠.”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책을 소개한다면? 

“‘미움받을 용기’?(웃음)” 

‘미움받을 용기’는 청년보다 통합에 대한 내홍으로 안 대표가 당 안팎에서 미움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빗댄 제목으로 여겨졌다.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봤는데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에 대해 기술한 대목이 기억납니다.” 


어떤 내용이죠. 

“아마추어는 자기가 재밌어서 하고, 프로는 재미없어도 한대요. 제가 회사 사장일 때 그랬거든요. 재밌어서 한 것은 아니었어요. 힘들었지만 제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했어요. 그때 ‘왜 이렇게 재미없을까’ 했거든요. 정치도 마찬가지예요. 필요하다고 생각한 법을 노력해 통과시켰지만 재밌지는 않더라고요. 그 책을 보면서 ‘그래 내가 프로였어’ 하는 생각을 잠시 했죠.(웃음)”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습니까. 

“저는 부동산이 없습니다. 전세 살아요. 그래서 이사를 많이 다녔죠. 서울에서 10군데 넘게 이사 다녔어요. 만약 투자한다면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식투자가 낫다고 보는 쪽입니다. 본질적 가치를 만들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다 (자녀에게도) 물려주는 것은 할 만한 일이죠.” 

안랩 같은 회사? 

“하하하하.” 


암호화폐 투자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투자가치가 있다 없다는 얘기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고요. 만약 투자한다면 굉장히 조심해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이룸센터 1층 카페7그램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양당의 통합 일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야 하는 점이 있어요. 더 발전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만, 투자로 차익이 생긴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잘 공부하고 자기 확신 아래서 투자해야지, 다른 사람 얘기만 듣고 투자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새해 소망이 뭡니까. 

“무술년이니까, 무슨 일이든 술술 풀리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올림픽도, 북핵 문제도….”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