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는 “고난 속에서도 새순은 피어난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지난해의 아쉬움보다는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뒤에 보이는 달걀 모양의 건축물이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은 청란교회다. 양평=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복합기독교(개신교)문화공간 W스토리에서 만난 그는 나이 60 넘어 첫 담임목사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W스토리 건축 등으로 그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동기생들이 나섰다. ‘무관의 송일병 구하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옥수석(거제교회) 이종관(울산시민교회) 박성실(제일신마산교회) 담임목사 등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동기생 60명이 지난해 정성을 모은 2억 4000만 원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한 동기생은 “송길원, 저긴 담임도 한번 못 해봐 목사도 아닌기라. 되든 안 되든 한번 해 봐라”라고 했다. 농담 섞인 동기들의 배려에 감격한 그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동기들 ‘등쌀’에 밀린 그는 W스토리 내의 청란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2012년 세워진 이 곳은 바닥 면적 13m², 높이 9.7m인 푸른 계란 모양의 초소형 교회로 종교개혁 500주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아직 신자는 40여명으로 많지 않다. 초보 목사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전도사님이 부활절 예배인데 헌금 봉투도 준비 안했냐고 막 야단치더군요. 설교하다 열중해 십일조 안내도 빠뜨리고요.(웃음)”
W스토리와 청란교회는 어느 교단에도 속해있지 않다. 다만 그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교단’으로 부르고 싶다”라고 했다.
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W스토리 곳곳에는 한국 교회의 갱신이라는 그의 염원이 짙게 배어 있다. 버려진 종을 복원한 사랑의 종에 이어 ‘Where am I?’라는 표지의 미로, 청란교회가 보인다. 뒤편에는 2.5km의 주기도문 길이 조성돼 있고, 심지어 스모킹 존도 있다. “담배 피우는 분들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 북한강 풍광을 배경으로 조성된 이 공간이 육체적, 영적으로 기도하고 치유 받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예배 전 카페와 식당용으로 조성된 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두 아이의 안내를 받아 계단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공간을 거쳐 채플로 향하게 된다.
양평=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