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세계’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어떤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런 존재 방식을 독일의 현대 철학자 하이데거는 ‘세계 내 존재’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단순히 물리적 세계뿐만 아니라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엮어내는 ‘의미의 세계’에도 살고 있다는 의미다. 디자인은 이런 의미의 세계를 해석하고 구축하는 창작 작업을 말한다.
디자인(Design)의 어원은 De와 Sign으로 분해된다. Sign은 ‘기호’와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나타내고, De는 그러한 기호와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어떤 ‘상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 상품에 어떤 ‘기호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기호나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바로 인문학적 활동이다.
Design의 De에 해당하는 주체성은 경영에서도 중요하다. 세종은 우리 역사에서 주체성을 살려 공공성의 의미를 확대해 나간 가장 극적인 사례다. 세종은 한글, 달력, 악보 창제 같은 일련의 창조경영을 통해 중국과는 다른 조선의 독자적 의미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기존 유학자들이 중국이라는 이질적인 의미 세계를 좇거나 서술하고 있었던 반면 세종은 조선의 독자적인 의미 세계를 디자인하고 창조하고자 했다.
국내 인문학의 문제점 중 하나가 ‘주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세계를 학습하고,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머물러 있다. 빌려온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고 상품을 만든다. 이러한 수입과 모방 위주의 문화에서는 나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디자인하기 어렵다.
남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할 때 우리는 비로소 벌거벗은 ‘나’와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자기의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주체’로 거듭날 때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그 욕구가 체계화될 때 나만의 ‘세계(world)’를 디자인할 수 있다.
김경묵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원장 formook@naver.com / 조성환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상임이사 hansowon70@nate.com / 정리=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