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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명이룬 비결은 뇌 크기 아닌 모양”

입력 | 2018-01-29 03:00:00

31만년前 이미 현재 크기에 도달… 3만5000년前 형태 비슷해져
전두엽-소뇌 발달하며 문명 진화




현생 인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된(31만 년 전) 모로코의 ‘제벨 이르후드 1호’의 뇌를 복원한 사진(왼쪽)과 3만5000년 전의 인류 뇌를 복원한 사진. 초기에 납작하던 뇌는 후기로 갈수록 정수리 뒤가 솟아올라 둥그레졌다. 사진 출처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문명을 일굴 수 있었던 비결이 뇌의 크기가 아니라 ‘모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5일자(현지 시간)에 따르면 시몬 노이바워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원 팀은 31만∼1만 년 전의 현생인류 화석 20구와, 네안데르탈인 등 200만∼20만 년 전의 친척인류 화석 10구의 두개골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컴퓨터단층촬영 기술로 두개골 내부를 촬영해 생전의 뇌 형태를 복원해 현대인 89명과 비교했다. 현생인류의 뇌 크기는 31만 년 전 현생인류 화석인 ‘제벨 이르후드 1, 2호’에서부터 이미 현대인을 능가할 정도로 컸다. 하지만 모양은 달랐다. 현대인의 뇌를 위아래로 누른 것처럼 더 납작했고, 좌우는 반대로 더 길었다. 뇌 모양은 차츰 변해 약 3만5000년 전쯤 현대인과 거의 똑같아졌다. 이 무렵부터 벽화와 조각 등 예술과 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연구팀은 뇌 모양이 변한 원인으로 뇌의 전두엽과 소뇌의 발달을 꼽았다. 각각 주의 집중과 자아인식, 공간 지각과 언어 발성을 돕는 부위다. 노이바워 연구원은 “뇌 모양이 현대인과 같아진 시기를 즈음해 아프리카와 유럽의 인류는 (문명이 급속히 발달한) 후기 구석기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