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속 위기의 대학]<3·끝> 편입 더부살이 갈등 겪는 학생들
올 8월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을 앞둔 직장인 김진수(가명·34) 씨는 말끝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공대를 나와 유통업에서 일해 온 그는 서른 살이 넘어 대학원생이 됐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전기과목 고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을 다니려고 2년 반 동안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자처하며 생활했다. 졸업까지 딱 두 과목만 남은 상태였다.
갑자기 학교가 폐교됐다. 졸업을 하려면 인근 학교로 특별편입학을 해야 했다. 인근에 전기 분야 교육대학원이 있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문제는 이 대학이 편입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의 3분의 1만 인정한다는 것. 결국 1학년부터 다시 다니는 셈이 됐다. 김 씨는 “또 2년을 등록금과 왕복 교통비를 대며 1000만 원 넘게 써야 한다”며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전북 군산에서 충남까지 다니려면 직장도 문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남대와 강원 동해시의 한중대 학생들은 특별편입으로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서남대생 이모 씨는 1월 5일 원서마감이었던 특별편입 공지를 3일 전에서야 알았다. 그마저도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다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씨는 “우편으로 부치면 혹시 늦어질까 봐 직접 해당 대학까지 달려가 원서를 냈다”며 “어떻게 학교도 정부도 일정 공지조차 제대로 안 하는지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까지의 거리나 전공 유사성을 따져보면 편입할 만한 학교가 몇 없고, 편입하더라도 학점 인정 기준이나 커리큘럼이 달라 제때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 등을 우려했다. 손민석 한중대 총학생회장(간호학과)은 “우리 과만 300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교육부조차 인근 간호학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더라”며 “같은 간호학과라도 커리큘럼이나 학점 기준이 달라 예정대로 제때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학비와 생활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정학 동해시의원은 “지역 대학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의 자녀들이 많다 보니 편입 후 학업 잇기가 쉽지 않은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2014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폐교 대학의 경우 재학생의 편입률이 44%(2014년 기준)에 그쳤다.
한중대 학생 김모 씨는 “편입할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입학을 반대하며 페이스북이나 학과 관련 카페에 공격과 비하성 글을 올려 상처받은 친구들이 많다”며 “싫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원해서 편입하는 게 아닌데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남대 학생 이모 씨도 “일부에서는 ‘학벌 세탁하니 좋겠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학생들 대부분 각자 형편에 맞춰 학교에 온 것이고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편입 대상 학교 또는 학과의 위상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학생 간 갈등은 더욱 심하다. 최근 전북대 의대 학생·학부모가 서남대 의대생들의 편입을 반대하며 서울까지 상경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수진과 교육시설은 그대로인데 편입생으로 학생수만 늘면 강의는 물론 실습에서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며 “정부가 폐교 대학 학생들의 학습권만 중시하고 이들을 받아야 하는 학교의 학습권은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학령인구 급감 추세 속에 앞으로 대학 폐교가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폐교 정책 수립에서 폐교 대학 학생 및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세심하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문상준 한중대 광고디자인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교육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킬 수 없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