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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겪는 폐교절차 정비-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입력 | 2018-01-29 03:00:00

[저출산 속 위기의 대학]‘대학 폐교 도미노’ 혼란 막으려면
“절차 신속 이행 위한 보완장치 필요… 교직원 재취업-학생 편입 지원 강화”




국내 대학들은 재정의 70% 이상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입학정원이 줄어들면 대부분의 대학은 재정난으로 버티기 어렵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들에 재앙이나 다름없다.

대학의 모든 학년이 저출산 세대로 채워지면(전문대는 2022년, 4년제 대학은 2024년) 대학들은 존폐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폐교 원인은 달랐지만 부실 운영으로 올해 문을 닫게 되는 전북 남원시 서남대와 강원 동해시 한중대의 심각한 실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폐교 이후 뒤따르는 △지역사회의 경제적 타격 △교직원 대량 실직 △학생 학습권 침해의 충격을 완화할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구조개혁지원팀장은 “지금처럼 2, 3곳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대학이 문을 닫으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서둘러 폐교에 관한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폐교 명령은 끝이 아닌 시작이나 다름없다. 완전한 폐교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린다. 현재는 폐교명령→해산결정→청산(재산 처분)→해산 등기 및 신고→청산종결의 단계를 거친다. 한중대는 폐교됐지만 중고교는 정상 운영 중이라 해당 법인(광희학원)은 해산되지 않았다. 서남대는 법인은 해산됐으나 잔여 재산이 현 이사장의 자녀에게 귀속됨에 따라 청산을 지연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직원들은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다. 채무도 정리되지 않는다. 폐교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비리 사학에 한해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출연한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폐교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이 문을 닫을 때처럼 법원이 청산인을 지정하는 방안 △사학진흥기금 등으로 구조조정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폐교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제도적 정비와 함께 폐교 대학 교직원과 학생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대 교직원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폐교로 직장을 잃으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교수와 교직원들의 실업급여 문제, 재취업 지원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특별편입학 제도에 관한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폐교 도미노가 현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일본에서는 최근 대학 효율화를 화두로 적정한 대학 수를 정하고 국공사립의 틀을 뛰어넘는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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