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병원 화재 참사]유일한 생존 간호사 문모 씨 “숨진 동료들에 죄책감” 눈물
10시간 같은 5분이었다. 그 5분이 한 간호사와 다른 두 동료의 생사를 갈랐다.
26일 오전 7시 반경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2층 복도에 간호조무사 김모 씨(37·여·사망)의 “불이야”라는 외침이 울렸다. 당직 근무를 하던 6년 차 간호사 문모 씨(34·여)는 고개를 돌려 김 씨를 바라봤다. 복도 끝에서 뛰어오는 김 간호사 뒤로 검은 연기가 쫓아왔다. 1층 응급실의 탕비실에서 시작된 불꽃이 화마(火魔)가 되어 뿜어낸 연기였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문 씨는 수건을 집어 들었다. 곁에 있던 책임 간호사 김모 씨(49·여·사망)도 함께했다. 세 사람은 손에 집히는 대로 수건을 물에 적셔 들고 병실로 뛰어갔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게 한 뒤 환자들을 비상구로 안내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복도는 중앙계단과 화장실을 통해 들어찬 연기로 가득했다. 누전으로 정전이 돼 칠흑같이 어두운 2층 복도 벽을 더듬어가며 세 간호사는 병실을 찾아다녔다.
약 1분 뒤 문 씨가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 앞 복도였다.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병실의 할머니와 60대 아저씨의 손을 붙잡고 문 씨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지상에서 약 3m 높이였다. 그러고는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함께 뛰어내린 할머니와 60대 아저씨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정신을 다시 차린 뒤에도 문 씨는 현장에 남아 구조를 도왔다. 사망자와 부상자 신원 파악을 하다가 두 동료의 이름을 사망자 명단에서 봤다. 문 씨는 “비상구로 먼저 나간 것 같아서 당연히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경남 창원시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문 씨는 28일 자신을 죄인이라고 불렀다. 총 21명이 숨진 2층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간호사’라는 말은 그에게 낙인처럼 돼버렸다. 문 씨 남편은 “아내가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어제는 새벽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더니 ‘(이 병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더 이상 간호사로 일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사람을 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떠난 동료들과 함께 떠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창원=김동혁 hack@donga.com·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