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괌 전지훈련 도중 발생한 성추문 사태의 후폭풍이 거셀 조짐이다. 어렵사리 2018시즌 K리그1(클래식) 잔류를 일군 상주 상무는 국방부 조사를 받는 등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26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부차기를 준비하며 결의를 다지는 상주 상무 선수단의 모습. 스포츠동아DB
■ 상주상무 위기는 이제부터
국방부, ‘김병오 성폭행’ 파문 이후 전종목 고강도 조사
상무 인원축소·입대연령-23세 강화·K3리그 이동 검토
“부대 간부,선수단 통솔하라”…2차 전훈도 보류
‘정원 25명’ 제한 유력…리그 운영 차질 불 보듯
문체부 산하조직 전환도 시간문제…강등 불가피
9일부터 26일까지 괌에 머물던 상주 상무 선수단은 지난 주말 귀국했다. 김병오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신고로 22일(현지시간) 괌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여권이 압수된 가운데 다음달 1일 예정된 현지 법원 예비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상주 사무국 직원 및 코치가 그와 함께 현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과는 상관없이 국군체육부대(상무)는 발칵 뒤집어졌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조사반을 꾸렸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복수의 체육계 관계자들은 “축구는 물론, 거의 전 종목에 걸쳐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부대 전체가 뒤숭숭하다. 상주 상무가 경남 양산에서 시작하려던 2차 전지훈련도 보류됐다”고 29일 귀띔했다.
우선 선수단 관리책임 문제가 먼저 떠오른다. 사건 자체도 몹시 심각하지만 원인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대 간부가 사병들이 참가한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않은 부분 ▲군인 신분 선수들이 지나치게 느슨해져 본분을 망각하고 불미스러운 사고를 야기했다는 점 등이 집중 거론된다.
● 경고 신호등은 이미 켜졌는데도 외면했던 상주 상무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사건 이전에 이미 상주 선수단은 1차례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한 선수단은 팀 운영 주체인 상주 구단의 지원으로 포상 개념의 해외훈련을 떠났다. 문제는 선수 가족들이 훈련에 동행하면서 터졌다. 선수 A가 가족과 찍은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개되자 누군가 민원을 접수했다. 당연히 선수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팀 분위기는 잡히지 않았고 최악의 성 추문이 터졌다. 국군체육부대장(준장 곽합)도 지난주 부대 고급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한 주간회의에서 직접 “왜 축구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느냐”고 질책하며 군 기강을 엄정히 확립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려진다.
사진|퍼시픽데일리뉴스 캡쳐
● 선수 이전에 군인의 신분을 잊지 말이야
이제 상무 선수들에게는 단 하루짜리 출장이라도 군인답게 행동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다. 통금시간을 통한 통상적인 인원체크가 아닌, 일조·일석점호 마련과 필요하다면 일선 야전부대처럼 불침번까지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철저한 위수지역 제한 및 내무(숙소)검사 역시 제기됐다. 더불어 부대 간부가 무조건 선수단을 직접 통솔하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한다.
● 인원축소, 문체부 소속 전환 등 후폭풍은 이제부터
이와 별개로 향후 부대 운영방안도 달라질 것이란 시선이 파다하다. 국방계획의 일환으로 비 전투병력 감축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가운데 인원 축소가 함께 추진될 조짐이다. 지금껏 상주 상무는 인가 25명에 비인가 13∼15명을 추가, 시즌을 소화했으나 이젠 철저히 정원 25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12명(부상 1명 제외)을 선발해 예정대로라면 연말 13명을 입대시켜야 하나 앞으론 방침이 전면 수정될 수 있다.
결국 시즌 하반기 전역 선수들이 대거 발생하더라도 16명 남짓한 나머지로 잔여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부상, 징계로 결원이 발생한다면 경기엔트리 18인을 채우는 것조차 버겁게 된다. 입대제한 연령도 23세 이하로 강화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동시에 오래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조직 전환도 다시금 제기된다. 국방부 산하 현역병 대신 공익근무, 방위 등으로 돌리는 계획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이는 철회되지 않은 프로젝트다. 만약 문체부 산하로 들어가면 상주는 K리그 대신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K3리그로 이동해야 한다. 이마저 어렵다면 전국체육대회 등 일부 대회만 출전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연에 사병들의 일탈이 이어지자 결국 그 제도를 없앤 전례도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