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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北체제 선전에 이용해도 놔두자”

입력 | 2018-01-29 22:55:00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29일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강연에서 밝혀
“우리(한국)는 우리대로 평창에 긍정 결과 가져오면 돼”
“문 대통령은 통일이 목표라고 한 적이 없다. 평화가 목표다. ‘평화 없는 통일’은 허상이다”
“‘군사적 액션과 북한 체제(레짐) 교체는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기들의 체제를 선전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비판이 미국과 한국 내에서 많다. 북한이 그런 의도를 실제 가지고 있더라도 그들이 그들만의 게임을 즐기도록 하자. 우리도 우리대로 하면 된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67·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9일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한국의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은 좋은 의도로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식령 스키장에서 훈련하는 것도 북한의 신뢰를 구축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이것이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도록 하는 데 우리가 이용당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그의 참모는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북한이 평창을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악용만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며 김정은에 아주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실제 그런 의도가 있지만 그냥 그렇게 하라고 놔두면 된다”며 “우리는 평창 올림픽에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위협이 높아지면서 유럽에서 (평창에) 대표단을 안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여러 차례 “문 대통령은 통일이 목표라고 한 적이 없다. 평화가 목표”라며 “평화 없는 통일은 허상이다. 보수 진영엔 흡수 통일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 액션과 북한 체제(레짐) 교체는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아직 문재인 정부에 도전과제가 많다”며 “당장 북한이 갑자기 날짜를 바꿔 열병식을 하려고 하고, 올림픽 끝나고 4월에 한미 훈련을 재개하고 8월 을지포커스훈련을 하면 북한은 또 다시 반발하고 도발할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핸들링할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에 아주 비판적인 미국 워싱턴 정계 반응에 어떻게 (대응)하고 문 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국내 보수를 어떻게 대할지도 문 대통령에게는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시앙스포 대학 학생 120여 명이 문 특보의 강연을 경청했고, 질문도 10개 이상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일부 학생들은 행사장에 자리가 없어서 복도에 앉아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