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서어나무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서어나무숲.
서어나무의 특징 중 하나는 줄기다. 어느 정도 자란 회색에 검은빛 얼룩이 섞인 서어나무의 줄기는 근육처럼 울퉁불퉁하다. 그래서 서어나무를 ‘근육나무’를 의미하는 ‘머슬 트리(muscle tree)’라 부른다.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카를 루트비히 폰 블루메(1796∼1862)가 붙인 학명 중에서는 잎보다 먼저 피는 꽃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어나무를 만날 수 있지만 나는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의 서어나무숲을 잊을 수 없다. 마을 들판에 살고 있는 이곳 서어나무 숲은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 이곳 서어나무 숲처럼 우리나라에서 서어나무를 마을 숲으로 조성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전남 무안에 서어나무와 닮은 개서어나무(천연기념물 제82호) 20여 그루가 살고 있다. 마을 숲의 기능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의 마을 숲은 대부분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비보(裨補)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곳의 서어나무 숲도 바람과 액운을 막아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서어나무 숲에 들어가서 한 그루 한 그루 줄기를 바라보거나 나무를 안고 하늘을 바라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영화에 사용한 그네에 앉아 서어나무 숲을 바라보는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