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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글로 베풀었다는 건 오만” 시인의 손사래

입력 | 2018-01-30 03:00:00


“나눌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만난 유안진 시인(77·사진)의 말이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집 ‘다보탑을 줍다’ ‘둥근 세모꼴’ 등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온 그가 아닌가. 그는 고개를 저으며 “글로 무언가를 베풀었다고 여기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그가 세상과 나눈 건 적지 않다. 상금과 인세 등을 모아 아프리카에 우물 10개를 만들었다.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대중교통을 몇 번씩 갈아타며 먼 곳까지 다녀온다. 이유는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하느님이 이 땅에 나를 보낸 이유를 매일 여쭤보고 있다”고 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산문집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가 최근 출간됐다. 감사하고 기쁠 때뿐 아니라 화나고 짜증나는 순간까지 일상의 소회를 솔직하게 담았다. 시인은 손사래 치지만 그의 글은 위로가 됐다. 이전부터 그랬듯이.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