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공연 일방 취소]
얼굴 굳은 통일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앞)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굳은 표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조 장관은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 전날 밤 금강산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측에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이 금강산 문화공연 엿새 전인 29일 밤 공연 취소를 일방 통보하자 정부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19일 현송월 방문 취소 땐 ‘중단’이라고 해 여지를 남겼지만 이번엔 아예 ‘취소’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일정상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 공연이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금강산 공연 취소가 다른 올림픽 관련 이벤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북측에 “합의한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원칙론 수준의 촉구만 했다. 북한 선수단, 고위급 대표단 구성에 영향을 미쳐 올림픽 계기로 마련된 대화 기조가 깨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 “北, 금강산 공연 선발대 방북 직전 취소”
북한은 29일 오후 10시 10분경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다음 달 4일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인 합동문화 공연의 취소를 통보하며 한국 언론 탓을 했다.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들이 평창 올림픽과 관련하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건군절 열병식)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우리 언론의 북한 비판 보도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우리 언론에 대한 욕설에 가까운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공연 취소 이유를 우리 언론에 돌린 것은 핑계이고 진짜 이유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금강산 공연을 위해 북측에 경유 1만 L 반입을 추진하면서 제재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공연 준비는 비교적 순조로웠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경유 반입에 대해선 미국에 특수한 상황(공연을 위한 발전기용)을 설명했고, 쓰다 남은 경유도 가져오겠다고 했다. 미국도 부정적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금강산 공연과 관련해 별다른 불만을 내비치지 않다가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선발대 방북 하루 전 돌연 취소를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공연 준비가 덜 돼 있다” “케이팝 등 공연 내용이 문제였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얼마든지 남북이 조율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북한은 현송월 방문 취소에 이어 금강산 공연 취소도 미 워싱턴 관공서가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오전 8시 이후(한국 시간 오후 10시 이후)에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지켜보며 남은 기간 평창에 고위급 대표단을 누굴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 취할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마식령 합동훈련도 영향 불가피
금강산 공연 취소는 마식령 이벤트에도 영향을 줄 듯하다. 이르면 31일부터 1박 2일 동안 강원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되는 훈련에는 우리 측 선수단 31명이 참가해 북측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마식령 훈련과 관련해 “우리가 (북측에) 방문하거나 방남할 때 출입경 절차에 필요한 것들이 아직 마무리가 안됐다”며 “(일정 확정이) 30일 중 어려울 확률이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측이 마식령 훈련을 놓고서도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강산 공연과 마식령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밝혔던 ‘평창 평화올림픽 5대 구상’ 중 핵심이어서 북측이 모두 취소할 경우 우리 정부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황인찬 hic@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