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0일 화요일 눈. 노래의 방. #276 Roberta Flack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1969년)
화성과 멜로디의 행간에 눈이 오고 비가 내리며 때로 번개가 친다. 젖은 플랫폼 위에 선 두 사람 사이로 주황색 가로등이 놓이고 스산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곳은 듣는 이의 상상에만 존재한다.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3분 30초 넓이의 세트장일 뿐이다. 노래가 녹음된 곳은 대체로 이런 그림과 조금도 안 닮았다. 녹음실이라고도 부르는, 스튜디오의 풍경은 차라리 공과대학 실험실을 닮았다. 마이크와 악기, 앰프, 그리고 악기와 녹음장비를 잇는 케이블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삭막한 공간이다.
가수나 연주자는 갑갑한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똑같은 노래를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연주한다.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연주와 노래를 선택해 음반에 담는다. 한 곡을 녹음하는 데 몇 시간에서부터 몇 날 며칠까지 걸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플랙의 앨범 제목인 ‘First Take’는 첫 녹음 분을 뜻한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음악가가 연습과 몸 풀기를 끝낸 뒤 ‘자, 이제 녹음 들어갑시다!’ 하고 처음 연주한 그 노래, 그 소리.
음반 ‘First Take’의 하이라이트는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다. ‘제일 처음 당신의 얼굴을 봤을 때/당신 눈에서 태양이 떠오른다고 느꼈지/달과 별들은 당신의 선물/어둠과 끝없는 하늘에게 선사해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