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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밤에도 환하게 켜진 조명들, ‘빛 공해’랍니다

입력 | 2018-01-31 03:00:00


어두운 지역(왼쪽 사진)과 대도시(오른쪽 사진)에서 본 오리온 자리. 대도시의 하늘에서는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Jeremy Stanley(wikimedia)

○ 빛 공해에 시달리는 전 세계

햇빛이 아닌 인공적인 빛을 이용해 주위를 밝게 비추는 것을 ‘조명’이라고 해요.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이 불을 사용하던 때부터 조명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이후 동물과 식물에서 얻은 기름으로 양초와 램프 등을 만들어 밤을 밝혔지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밝고 안전한 조명이 필요해졌어요. 과학자들은 전기로 빛을 내는 조명을 개발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1879년 영국의 조지프 스완과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이 최초의 백열전구를 만들었어요. 이후 효율이 좋고 밝은 빛을 내는 조명이 계속 개발되면서 현재는 형광등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조명들이 쓰이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조명 빛이 대기 중의 입자들에 의해 산란되면서 밤하늘이 밝아진 거예요. 천문학자들이 천체를 관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어요.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강렬한 빛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눈부심 현상도 발생했어요. 또 이웃집의 불빛이나 골목의 보안등처럼 외부의 빛이 집 창문으로 들어와 밤늦게까지 잠들기 어려운 일도 생겼지요. 조명을 지나치게 많이 쓰거나 잘못 써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빛 공해’라고 한답니다.

빛 공해는 전 세계적인 문제예요.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이스라엘 국제 공동 연구팀은 빛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낸 전 세계 빛 공해 지도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미국의 관측 위성인 ‘수오미 NPP’가 측정한 지구의 지역별 밤하늘 밝기를 분석했어요. 이때 밤하늘에서 은하수가 보이지 않는 빛의 밝기를 빛 공해로 정의했지요. 그 결과 전 세계 인구의 89%가 빛 공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우리나라는 주요 20개 국가 중 두 번째로 빛 공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빛 공해에 노출된 지역이 전체 국토의 약 89%로, 90%인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답니다. 김훈 강원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골목에 있는 보안등과 광고 조명이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을 뿜어낸다”고 말했어요.

늦은 밤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행동은 눈의 피로를 증가시키고, 깊은 잠을 방해한다. ⓒJapanexperterna.se(wikimedia)



○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빛 공해

빛 공해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줘요. 먼저 지나친 조명은 우리 눈에 피로를 느끼게 해요. 2014년 고려대 의과대학 빛 공해 연구팀은 빛 공해가 눈의 피로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어두운 방에서 잔 사람들보다 빛이 많은 방에서 잔 사람들에게서 눈 충혈, 통증, 건조함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요.

또 빛 공해는 ‘생체 시계’를 어지럽혀요. 인간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낮과 밤을 나눠 생활해요. 해가 뜬 낮에는 깨어 있고, 해가 진 밤에는 잠을 자지요. 생체 시계 유전자들이 주기에 맞춰 수면, 기상, 호르몬 분비, 혈압 등을 조절한답니다. 그런데 생체 시계는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시차가 많이 나는 해외를 가거나, 밤에 음식을 먹어도 생체 시계가 영향을 받지요.

그중에서 우리 몸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건 바로 빛이에요. 가장 큰 문제는 ‘꿀잠’을 자기 어렵다는 거예요. 밤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잠이 오게 만들어요. 그런데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과정은 ‘청색광(블루 라이트)’이라는 빛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청색광은 가시광선 중에서 400∼500nm 부근의 파란색을 띠는 빛으로,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형광등과 같은 인공조명, 햇빛에서도 나온답니다.

사실 낮에 햇빛을 통해 흡수되는 청색광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 줘요. 문제는 밤에 쬐는 청색광이에요. 우리 눈의 망막에는 ‘멜라놉신’이라는 단백질이 있어요. 멜라놉신은 청색광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밤낮의 변화를 인식하고 호르몬과 수면 리듬을 조절해요. 그래서 청색광에 많이 노출될수록 우리 뇌는 밤을 낮으로 인식해 멜라토닌을 적게 분비하지요. 그 결과 밤에도 잠들기 어렵게 된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성장호르몬은 근육량을 늘리고 뼈를 성장시키는데, 보통 오후 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 숙면을 취해야 나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따라서 밝은 빛 때문에 수면 장애가 오면 성장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최대한 인공조명을 쬐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나무에 무리 지어 생활하는 부채버섯은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 발광’을 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생물 발광을 이용한 친환경 조명을 연구하고 있다. ⓒYlem(W)



○ 과학으로 빛 공해를 막아라

동물과 식물, 인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빛 공해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조명에 ‘갓’을 씌우는 거예요. 빛이 위쪽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차단 장치를 설치하는 거지요. 원래 비추고자 하는 영역만을 비출 수 있기 때문에 빛 공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빛 공해를 적게 일으키는 조명을 쓰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런데 최근 많은 나라에서 가로등과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있어요. LED 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오랜 기간 쓸 수 있거든요. 조명 연구자들은 LED 조명을 쓰면서도 빛 공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한국조명연구원 임종민 박사는 “LED 조명에 렌즈나 반사판을 붙이면 빛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원하는 영역만을 정확히 비출 수 있다”고 말했어요.

미래에는 빛을 내는 생물이 도시를 밝혀 줄지도 몰라요. 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는 현상을 ‘생물 발광’이라고 해요. 반딧불이 같은 일부 곤충, 버섯, 해양 생물, 세균 등 다양한 생물들이 빛을 내지요. 과학자들은 빛을 내는 생물을 이용해서 조명을 개발하고 있어요. 미국의 ‘바이오팝’이라는 회사는 빛을 내는 플랑크톤을 이용해 조명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프랑스의 ‘글로위’라는 회사도 2016년부터 오징어에서 발견되는 세균을 이용해 도시 전체를 밝히는 조명을 개발하고 있지요. 발광 생물을 이용한 조명은 아주 단순해요. 빛을 내는 생물과 생물의 먹이, 생물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만 있으면 되거든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요. 가장 효율이 좋은 LED 조명의 수명은 5만 시간 이상이지만, 글로위의 조명은 수명이 짧아요. 발광 생물이 계속 빛을 내게 하려면 때마다 먹이를 주고 노폐물을 제거해야 하거든요. 지난해 12월 처음 시연했을 때는 3일밖에 지속되지 못했어요. 현재 조명의 지속시간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답니다.
 
오혜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hye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