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기권패한 뒤 정현 선수(사진)가 남긴 말입니다.
부상당한 그의 발바닥 사진은 화제가 됐습니다. 두 발 모두 물집이 터지고 깊이 파였습니다. 붉은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었음에도 표정 변화 없이 견뎌낸 청년의 투혼이 대단합니다. 그의 발바닥은 예선전부터 이미 물집이 잡혔고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16강전 때는 상태가 매우 나빴다고 합니다. 진통제와 테이핑으로 겨우 상처를 다스리고 경기에 임했던 겁니다.
운동 역학적인 측면과 선수 저변을 고려할 때 정현이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이미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조코비치, 테니스 샌드그런(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황제 페더러 앞에 나타난 21세의 한국 청년에게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스포츠에는 승패를 가르는 냉혹함이 있습니다. 동시에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 야구선수 박찬호의 투구와 골프선수 박세리의 샷을 보며 위로를 얻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국민이 정현의 도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영원한 강자가 없으며 드라마틱한 감동이 있고 명확한 룰에 따른 경쟁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우리의 안일함과 고정관념을 깨뜨려주기도 합니다. 불가능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전인미답의 세계를 누군가 정복해 나갑니다. 박세리가 골프를 제패했고, 박태환이 수영을 정복했으며,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경기장에서 윤성빈이 또 하나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는 없습니다. 잔잔한 호수 위를 노니는 백조의 아름다움 밑에는 거친 발버둥이 있듯이 피나는 노력과 고통 없이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증명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