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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하는 호반건설, ‘승자의 저주’ 피할까

입력 | 2018-01-31 16:15:00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 비해 헐값이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10배 정도 큰 기업을 품는 것이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지분매각 우선협상자에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우건설 매각에는 중국계 회사를 비롯한 2개 업체와 호반건설이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호반건설만 남아 나홀로 레이스가 됐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를 1조3000억 원에 먼저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 주당 7700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주가가 6140원임을 감안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은 25% 수준이며, 전체 인수대금은 1조6200억 대다. 2년 뒤 대우건설 주가가 7700원을 넘어설 경우 산은은 시장가 매도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과거 금호가 겪은 승자의 저주, 이번엔 피할까  


업계에서는 과거 금호가 겪은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원, 대우건설이 10조9857억원으로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양사의 체급 차이가 워낙 큰데다 안정적인 택지지구 주택사업 위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건축·토목·플랜트·해외사업을 하는 대우건설을 키울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과거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의 자산은 2조원 수준이었고, 대우건설은 6조원이 넘었다. 금호는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부족한 인수자금 3조5000억원을 끌어다 쓰면서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풋옵션 조항을 넣었다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한 금호는 2011년 산은에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했다.

호반건설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 50%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 인수하게 되면 당장 들어가는 인수대금을 최소화하면서도 산은과 공동경영을 하는 형태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빌린 차입금만 53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차입금 상환 부담도 덜 수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 계열의 2017년 추정 매출액이 6조원이고 추정영업이익 1.3조원으로, 대우건설의 매출액 11조와 영업이익 7000억 원에 비해 수익성 면에서 우위”라며 “호반은 2017년 말 누적 자기자본도 5.3조원으로 대우건설 2.5조원 보다 두배 정도 많아 우량한 재무구조”라고 강조했다.

○덩치 키우는 호반… 업계 지각변동 예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 한배를 타게 되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기존 13위에서 3위로 뛰게 된다. 지난해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2조4521억원, 8조3012억원이었다. 양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더하면 10조7533억원으로 1위인 삼성물산(16조5885억원)과 2위인 현대건설(13조7016억원)을 위협할 정도가 된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호반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