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핵 선제타격 반대 등 이견 백악관, 주한 美대사 지명 철회 美소식통 “빅터 차, 1월 초 탈락 고백”… 아그레망 절차 끝난후 낙마 ‘초유’ 靑 “철회 전혀 몰랐다” 한달 깜깜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차 석좌의 대사 지명이 철회됐으며, 백악관은 새로운 후보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동아일보에 지명 철회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3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차 석좌와 1월 초 신년인사차 통화했는데 그때 차 석좌가 ‘(대사)후보에서 탈락했다(I was dropped from the nominee)’라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백악관이 이미 지난해 12월 말 차 석좌의 지명 철회를 결정했고, 한미관계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번 사태를 어떻게 공식적으로 밝히느냐의 문제만 조용히 논의해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차 석좌의 아그레망을 한국에 신청하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승인하는 절차가 진행된 기간이다.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방안인 이른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전면전이 아닌 외과적 정밀 타격)’를 두고 반대의견을 펼치다 지명이 철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소식통은 “차 석좌가 백악관 면접에서 대북 선제타격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력 사용이 미국에 이로운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오히려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차 석좌도 지명 철회 사실이 알려진 직후 WP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제언한 (대북) 군사 선제공격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대사로 고려될 당시 이런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고 썼다. FT도 “차 석좌가 ‘어떤 형태의 대북 군사 공격도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한 뒤 백악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거하는 ‘외과적 타격(surgical strike)’을 트럼프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차 석좌가 이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이 낙마의 결정적 이유라는 설명이다.
워싱턴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한국계인 차 석좌가 한국과 너무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한미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백악관 내부에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명 철회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오늘(31일) 언론 보도를 접하고 알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