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터 차 주한대사 지명 철회]트럼프와 어떤 이견 있었기에…

○ “빅터 차의 강경과 백악관의 강경 차이가 컸다”
차 석좌는 자신의 낙마 소식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방적 대북 선제타격 방안인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에 대해 지나치게 위험하다며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만 각각 23만 명과 9만 명의 미국인이 있다. 북한의 폭탄이 비처럼 쏟아질 때 이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희망보다 논리가 우선시돼야 할 시점이 있다. 해당 정책(예방적 대북 선제타격 방안)은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 선제타격이 ‘북한의 보복을 억제하는 선’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트럼프 대통령이 ‘빅터 차도 대북 강경파’라는 국무부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했으나 ‘빅터 차의 대북 강경’과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대북 강경’의 차이가 너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존 햄리 CSIS 소장도 “차 석좌는 ‘북한의 코피를 터뜨리자’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안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국무부 의견을 묵살한 백악관, 워싱턴 긴장감 고조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 ‘무력 옵션을 골몰히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백악관이) 차 석좌가 북한과 문재인 정부를 상대할 만한 ‘강한 심지(strong mind)’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톰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상에 이럴 수가(Holy smokes)”라며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적 선제타격에 대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차 석좌 낙마를 보니) 내가 틀렸다”고 적었다. 또 “트럼프는 (선제타격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수미 테리 CSIS 수석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파(hard-liner)’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 나도 강경파라고 평가받지만 군사 옵션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 수위는 이전 행정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