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국정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국정연설 중 이 말과 함께 관중석을 가리켰다.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쓰고,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 있던 남성이 일어나 목발을 번쩍 치켜들고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설장에 입장한 모든 사람이 일어서 함께 박수를 보냈다. 박수는 무려 40초 동안이나 이어졌다.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탈북 장애인 지성호 씨(36).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한 뒤 “끝으로 북한 정권의 불길한 본성에 대한 증인이 한 명 더 우리와 함께 있다. 그의 이름은 지성호이다”라고 소개했다. 지 씨는 백악관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떠났다. 지 씨의 지인은 “3, 4일간 전화를 꺼둘 것이란 언질을 미리 받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정연설에 등장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 씨에 대한 언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웜비어의 부모와 형제자매를 소개하며 “당신들은 우리 세계를 향한 위협에 대한 강력한 증인이며 당신의 힘은 우리 모두를 고무케 한다. 오늘밤 우리는 ‘미국의 결의’로 오토를 예우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의 경험은 자만과 양보가 침략과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는 교훈을 줬다. 나는 우리를 이렇게 위험한 지경에 빠뜨린 전임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인내심이 소진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을 진지하게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평화운동단체 위민크로스DMZ의 크리스틴 안 창립자는 타임에 “트럼프의 연설은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미국의 예방 전쟁의 도덕적 논거를 세우려고 했다”며 “이번 연설은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악의 축’ 국정연설과 매우 유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시사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바란다면 인권에 대한 언급은 역효과를 초래하겠지만 그는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정연설의 내용과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막판 낙마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정연설에서 웜비어와 지 씨 사례를 언급한 것은 도덕적 분노를 야기해 대북 군사 공격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최소한 군사작전 논의가 이제 의회로 넘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