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라도의 어북쟁반.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식도락에서도 조금 색다른 음식 이름이나 식 재료 등에 관한 작은 정보만 알고 있으면 어디서건 저처럼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독특한 이북 음식 이야기입니다. 어복쟁반은 어북쟁반이라고도 불리는데 평양의 저잣거리에서 생겨난 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 정보들은 거의 출처가 정체불명이고 오리무중입니다. 혹간, 평양의 기방음식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어복쟁반이라는 표현도 우리나라 음식 명칭을 정할 때는 먹을 수 있는 것을 뒤로 두는 법칙이 있기 때문에 쟁반어복이 맞지 어복쟁반이라는 표현은 약간 생뚱맞습니다. 이는 쟁반짜장의 경우와도 비슷한데 짜장쟁반이라 하면 쟁반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복이냐 어북이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우복이냐 어복이냐 논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복이라고 하니 임금님이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렸다는 견강부회도 있지만, 사실은 소의 아래뱃살, 즉 우복(牛腹)을 말합니다. 평양의 시장바닥 음식에서 유래되었다고 위에 설명했듯이 한양에 있는 임금님과는 전혀 연관이 없기 때문이죠. 또한 소의 유통(젖가슴 살)은 고기 부위 중에서도 가장 싼 부위이기 때문에 저잣거리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유통이 주요 재료라면 서울 을지로의 남포면옥 스타일이 모범답안이라는 것이죠. 어복쟁반의 재료는 통상 유통, 양지머리 편육, 우설, 머리고기, 계란 등과 각종 채소류입니다. 여기서 유통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국물에는 젖비린내나 치즈향이 은근하게 올라와야 맞습니다. 남포면옥의 어복쟁반이 딱 그 맛입니다. 식사로는 남은 국물에 만두나 냉면 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정석이고요.
그런데 서울의 일부 평양요릿집이나 냉면집에서는 유통 대신에 먹기 편한 양지 편육만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과연 어복쟁반이라고 칭해야 하는지 고민이 따르긴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점점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음식도 사람들이 먹기 편한 재료 위주로 바뀌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능라도-경기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32번길 12, 031-781-3989, 어북쟁반 10만 원(대), 6만 원(중)
○ 남포면옥-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02-777-3131, 어복쟁반 8만 원(대), 6만 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