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주식 액면분할을 발표한 것은 황제주에 대한 불만 여론을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액면분할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4조 원, 지난해 5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9조60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황제주가 국민주로 거듭나는 셈이다.
정부도 삼성전자에 꾸준히 액면분할을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1월 당시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던 아모레퍼시픽과 삼성전자, 롯데제과 등에 대해 액면분할을 유도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로부터 두 달 뒤 10 대 1로 주식을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로 몸집을 줄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2배로 높아졌다.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해 재상장한 직후 총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7.5%로 액면분할 이전의 29.8%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과거 액면분할 사례에서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KB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을 분석한 결과 주가는 공시일에 3.78% 상승하지만 평균적으로 두 달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친화 정책이 다시 부각되면서 향후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 배당 확대부터 액면분할까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이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져 주가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반짝 효과’에 그쳤지만 가격 부담이 사라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도 쉬워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더 많은 소액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증시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