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0% “회식탓 일상에 지장… 단합보다 서열 반영 불편한 자리”
동아일보와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가 1월 24∼26일 79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회식 때문에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69.8%에 달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의 저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를 두고 ‘착취 회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직장 동료를 ‘식구’에 비유하는 한국에선 함께 밥을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며 “회식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일상에 피해를 주는 수준의 회식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도 판공비, 회의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 항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팀의 단합을 명목으로 주어진 예산과 법인카드가 과도한 회식문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돈의 권력’은 회식 자리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비용을 내는 사람이 정중앙에 앉는다. 주 교수는 “이런 회식은 친목과 단합보다 업무의 연장선 역할을 할 뿐”이라고 했다. 결국 직장 내 서열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아랫사람들이 불편함을 누른 채 앉아있어야 하는 회식이 바로 ‘착취 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회식을 하더라도 2, 3차까지 이어지는 자리는 더치페이를 한다면 개인의 참여 의사가 더 존중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적정한 수준의 회식은 어느 정도일까. ‘블라인드’ 조사 결과 ‘저녁식사 1차만’(45.7%)을 가장 선호했다. ‘저녁 대신 점심으로’(34.5%)가 2위였다. 저녁식사 뒤 노래방 등 ‘화려한 2차’를 즐기고 싶다는 직장인은 0.5%에 그쳤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