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관계부처 합동 점검 학원가 “적발대상 거의 없을 것”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교육부가 1일부터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특별 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교육부는 31일 ‘학원 등 특별점검 범부처협의회’를 열어 1일부터 11월까지 시도교육청,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제 점검을 벌인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매년 실시해왔다. 올해는 특히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집중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고액 영어학원을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육부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현행법상 사용할 수 없는 유치원 명칭을 사용했는지 △시교육청에서 정한 교습비보다 더 받았는지 △강사 성범죄 조회를 실시했는지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점검 대상도 전체 학원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포함해 전국 62개 학원을 살폈다. 하지만 서울에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160여 개에 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그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인력의 한계로 일부 문제 소지가 있는 학원 위주로 점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수준이라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 황성순 회장은 “사교육이 정말 문제라면 학교의 영어교육을 내실화하면 되지 않냐”며 “교육부가 실효성 없는 단속을 명분으로 학원가를 옥죄고 여론 몰이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 기조에 맞춰 무리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소재 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로고에 ‘school(학교)’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과태료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학원은 유치원이나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이 규정을 적용해 영어 단어인 ‘school’도 쓰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학원 관계자는 “‘어학원’을 번역해 ‘school’이라고 썼을 뿐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