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부 동반 등장이 관례 美브랜드 대신 伊-佛 명품 정장… 20세기초 女참정권 운동가들의 항의 상징 색깔인 흰색 선택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였다. 그는 홀로 국정연설의 주인공인 남편보다 먼저 입장해 대통령 부부가 함께 등장하는 국정연설의 관례를 깨는 파격을 보였다.
미 CNN은 이날 “멜라니아가 자신이 초대한 손님들과 차량을 타고 홀로 등장해 오랜 전통을 깼다. 매우 독립적인 퍼스트레이디의 ‘나 홀로 움직임(isolated movement)’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평가했다. 멜라니아의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멜라니아는 진정한 영웅인 초대 손님을 예우하는 의미에서 백악관에서 별도 리셉션을 주최했고 이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의사당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화사한 흰색 의상을 입고 나타나 더욱 눈길을 끌었다. 대체로 어두운 정장을 갖춰 입은 참석자들과 대비를 이뤄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의상 브랜드와 스타일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그가 입은 흰색 실크 블라우스는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가바나, 크림색 정장은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였다. 그가 신은 하이힐은 프랑스산 크리스티앙 루부탱 제품이었다.
흰색 의상을 선택한 점도 마찬가지다.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항의 표시로 입었던 색상으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흰옷을 자주 입었다. 그가 남편이 불편해할 만한 색상을 당당히 입고 나타난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의 독립적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에는 남편과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 출장 동행 계획을 갑자기 취소하고 혼자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후에도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살았다. 막내아들 배런이 학업을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언론들이 튀는 행보라는 뉴스를 쏟아냈지만 개의치 않고 5개월간 남편과 따로 살다 배런이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 6월에야 백악관에 입성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