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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유치원 우선’ 갈등 불씨 될수도

입력 | 2018-02-02 03:00:00

[빈 교실 어린이집으로 활용]일부 어린이집 원장들 불안감 토로
“빈 교실 용도, 현장 목소리 반영을”




“이젠 갑자기 학교 안 어린이집이 문 닫는 일은 사라지겠죠.”

인천 은지초등학교 어린이집은 올해 8월 문을 닫을 뻔했다. 지난해 학교 측에서 무상임대 계약이 끝나는 8월 이후 교실을 비워 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강한 반대에 학교가 임대 계약을 연장하면서 다행히 폐원 위기를 넘겼다.

은지초 어린이집 김희정 원장은 “당시 아이들은 어디로 보내고, 보육교사들은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정부의 학교 안 어린이집 세부 기준이 나오면 학교장 마음대로 교실을 비워 달라고 할 수 없을 테니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1일 학교 안 어린이집 원장들은 정부가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로 확정하자 대체로 환영했다. 그동안 학교 안 어린이집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기초단체가 관할 교육청 및 학교와 협의해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시설을 무상으로 빌려 쓰는 어린이집은 학교장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학교장이 반대하는 순간 바로 폐원 위기에 몰렸다. 부산 용산초등학교 어린이집 최수선 원장은 “이번 기회에 학교 안 어린이집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부가 빈 교실을 병설유치원 건립에 우선 활용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빈 교실을 병설유치원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인천 장도초등학교 어린이집 김진숙 원장은 “며칠 전 보건복지부 직원이 방문해 건의사항을 듣고 갔는데, 앞으로 나올 가이드라인에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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