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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북한의 이간질은 성공할 수 없다

입력 | 2018-02-02 03:00:00

美대통령 국정연설서 北비핵화 결의 천명해
김정은 향후 행보가 전쟁과 평화 결정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北이간질에 맞서야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찾아온 일시적 긴장 완화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대북 전략들이 경쟁하면서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완전한 결의’를 천명했다. 전임자들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양보와 타협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1953년 한반도에서 휴전협정을 이끌었던 터너 조이 제독의 통찰을 계승한다. 바로 북한의 김씨 가문은 나약한 상대방에게 보상을 건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힘과 인내를 민첩한 외교술과 짝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동의 압박을 유지하는 동시에 진지한 협상의 문을 열어 놓기 위해 미국은 서울과 정확히 발을 맞춰 걸어가야 한다.


공조의 중요성은 연두교서가 진행된 날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낙마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더 분명해졌다. 대사 자리가 공석이지만 매우 유능한 마크 내퍼 대사 대리의 존재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외교와 관련된 더 큰 우려를 다루기엔 충분하지 않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즉시 일간지 오피니언면을 빌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지지하지만 예방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른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으로 알려진 군사옵션에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근 폴 셀바 미 합참 차장도 ‘코피 터뜨리기’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군이 북한의 핵무장 미사일 대부분을 파괴할 수단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선제공격은 미국의 전쟁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셀바 장군은 “우리의 전쟁 방식은 이렇다. 그들(북한)이 미사일을 하나 쏘면 게임(전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는 결국 김정은의 추후 행보가 전쟁이냐 평화냐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임수에 기반을 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미국과 한국의 화력과 마주해야 하는 때가 올 수 있다.

이 모든 미국의 전략 태세는 협상 전(前) 정지작업일 수 있다. 어쩌면 올림픽으로 인한 긴장 완화가 외교적 해법에 필요한 중요한 공간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방향을 틀고, 핵무기 개발이 아닌 다른 대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

트럼프와 김정은 둘 다 서로의 의지를 시험하면서 상대방의 계산에 영향을 끼치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 전략은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유명한 일화 ‘밀로스의 대화’를 떠오르게 한다. 그중에서도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견뎌내야만 하는 것들을 견뎌낸다’는 구절이다. ‘미국의 완전한 결의’는 북한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김정은은 다음 행보를 신중히 선택해야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 손을 떼도록 하기 위해 힘과 간계를 사용하는 걸 선호한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김씨 가문이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각본을 꺼내 들고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세력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고대 로마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분할과 정복’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고전적 의미의 분할과 정복 전략은 약자가 강자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할과 정복 혹은 이간질 전략의 문제는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동맹에 심각한 분열을 가져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한미 관계처럼 성공적인 동맹을 갈라놓는 일은 아주 어려운 목표다.

최대의 압박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포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심은 김정은에게 덜 위험하면서도 더 평화로운 길이 있다고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 70년간 많은 것을 성취해 왔다. 이번 세기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