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혼선 및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본사 회의실에서 ‘정부 정책 혼선 및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천광암 위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평창 겨울올림픽이 코앞이다. 북한 선수단 참가와 관련해 여러 시각이 분출되고 있다. 한편으로 최저임금제 시행, 가상통화 논란 등 최근 정부정책에 파열음이 나고 있는 요즘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부정책 혼선 및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
―오늘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보도를 짚어 보겠습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가상통화 논란 등 최근 정부정책의 엇박자와 관련해 동아일보가 적절히 보도했는지 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종빈 위원장=먼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관한 보도가 적절했는지, 아쉬웠던 점은 없는지 말씀해 주시죠.
▽이준웅 위원=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을 비롯해 세대별 시각 등을 표면적으로 다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대중적 열기가 부족한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 의식의 변화를 추적하는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론조사 방법도 좋고,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물이나 단체를 찾아 내막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신용묵 위원=남북관계, 외교문제, 정치 이슈도 관심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일단 북한 선수들에 대한 정보와 균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예술단 공연과 스포츠도 별개인 만큼 스포츠 경기 외적인 부분과 균형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류재천 위원=문화예술계 공연과 스포츠는 별개지만 시각에 따라 같이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1월 22일자 1면에 현송월 사진을 전면 크기로 실었는데 한마디로 절제를 잃은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현송월이란 인물을 그렇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언론들이 여우목도리니, 점심 값이 15만 원이니 하는 식으로 세세하게 보도하는 것이 시선을 끌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내적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명확하게 구분한 하나의 사건이라 생각해요.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면 북한 사람들 불러다 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진보나 보수나 모든 진영을 아울러 평창에 집중하고 환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평창 올림픽을 유치한 분(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지금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 위원=이슈가 되는 기사도 차분하게 보도하는 게 필요합니다. 보도하려는 의지와 열정은 보이는데 독자보다 먼저 흥분하면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류 위원=정부정책의 혼란에 대해선 국민으로서 할 얘기는 해야 하고 지적도 해야 합니다. 정책 발표 후 철회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는데, 반복된 원인을 짚어줬어야 했습니다. 동아 기사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인 점은 규제 개혁과 관련해 표가 많이 들어 있어 독자 입장에서 읽기 편했다는 것입니다.
▽이 위원=가상통화 문제의 경우 정부 태도가 불분명해 염려되지만, 동아일보도 전문가가 기사를 쓴 것 같지 않은 느낌입니다. 기사에서 ‘누가 이렇게 말했다’ 정도에서 끝나면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 필요한 기사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기자가 이해한 뒤 썼다는 인식이 들어야 합니다.
▽류 위원=가상통화면 가상통화대로 보도해야 하는데, 자꾸 별개의 기술 분야인 블록체인과 묶어서 보도하게 되면 독자들의 혼란만 커집니다.
▽김 위원장=1월 12일자 신문에서 법무부 장관은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하고, 청와대는 미확정이라고 발표해 혼란 상황을 부각시켰는데,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분석이 부족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위원=독자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이슈들은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단편적인 것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적인 기사가 많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 위원=최근 동아일보가 지령 3만 호를 냈는데, 그동안 독자 눈높이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눈높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조 위원=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전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뀐 것이 적지 않습니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도 그중 하나인데, 소통을 중시한다면서 과연 교육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동아일보 보도도 그런 점에서 아쉽습니다.
▽신 위원=그동안 숱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 그럴 경우 먼저 진단해야 하는 것이 법과 제도의 문제입니다.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사람과 단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법이 없으면 법 제정에 관심이 없는 주무 부처와 국회의 무능을 지적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대형 화재가 났을 때 1차적인 공격 대상이 소방관들이라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존경받는 직업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직업에 대해선 언론이 높은 평가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제 다른 기사도 살펴보죠. 1월 25일자 A24면 ‘최저임금 안 주면 무조건 공개? 유죄 확정된 사업주만 제재’라는 기사를 보면, 노동계 입장만 보도한 듯합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의견과 함께 균형 있게 다루었어야 합니다.
▽조 위원=1월 26일자 3만 호 관련 기사를 읽다가 ‘동아일보의 철학이나 지향점은 뭘까’ 이런 걸 찾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키워드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3만 호를 기념해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 위원=‘대학의 위기’ 시리즈는 대학이 폐교하면서 지역사회가 위기에 빠진다는 접근이어서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답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신 위원=1월 23일자 경제섹션 ‘우체국 쇼핑 33% 할인한다’는 기사의 사진설명은 우체국의 일방적인 홍보만을 반영한 것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 위원장=최근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서 만든 개헌안을 보면 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대신에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돼 있더군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가장 큰 것으로 여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버린 것입니다. 또 경제 관련 조항들까지 보면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동아일보라면 이런 부분을 상당히 깊게 생각하고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천 위원=본보는 ‘미래세대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을까’를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청년, 일자리 등 사회적 핵심 이슈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심층 보도할 예정입니다. 정책 혼선과 관련한 위원님들의 지적은 지면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위원=요즘 청년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화제인데, 그런 이슈들을 추적해 비판하면 청년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오늘 논의한 여러 사안이 앞으로 더 나은 지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