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암에 관한 진실 그리고 오해
의학계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다. 정말로 암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는 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베스트닥터들에게 이 질문부터 던졌다. “암에 잘 걸리는 체질은 있나.”
○ ‘암 체질’이 존재하나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갑상샘암 베스트닥터)는 “아빠가 짜게 먹으면 자식도 짜게 먹을 확률이 크다. 부모의 좋지 않은 습관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하다 보니 가족이 비슷한 질환에 걸리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력보다는 나쁜 ‘환경적 체질’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석종 경북대병원 교수(피부암)는 체질이란 용어 자체를 부정했다. 이 교수는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암은 미세한 돌연변이들이 평생 동안 세포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부모로부터 하나의 돌연변이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가족력보다 발암물질과 각종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되는 환경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숙정 화순전남대병원 교수(피부암)는 “체질을 논하기 전에 유해환경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 체질이 있더라도 관리하거나 수술 치료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광협 연세암병원 교수(간암)는 “설령 암에 취약한 체질이 있다 하더라도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면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라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교수(췌장암)는 “유전체를 이용한 정밀의학 분야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진짜로 암에 취약한 ‘체질’이라면 수술 치료도 가능하다”라고 소개했다.
암을 치료하고 5년이 지나면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베스트닥터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암 완치는 없다”라며 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교수(유방암)는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진행이 느려 5년 후에도 완치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나서 유방암이 재발하는 사례도 간혹 볼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갑상샘암)도 “늦게 암을 발견할수록 5년 후 재발률이 높다. 5년 완치 판정은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암 환자의 1∼5%가 5년 이후에 재발을 경험한다. 왜 그런 것일까.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위암)은 “위, 유방, 대장 등 장기를 부분 절제할 경우 남아있는 부분에서 암이 발생할 확률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토양에서는 잡초를 뽑아도 다시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암 환자가 영원히 암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노 교수는 “5년 후에도 정기검진을 통해 암 재발을 체크하면 설령 재발한다 해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찌든 도시를 벗어나 깊은 산이나 외딴 섬으로 들어가면 암을 치유할 수 있을까. 이른바 ‘자연요법’으로 암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베스트닥터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할까.
양한광 서울대병원 교수(위암)는 “과거에 환자 중 한 명이 자연요법을 하겠다며 의학적 치료를 끊은 적이 있다. 그 환자는 통증도 없고 정신도 맑아졌다고 하더니 한 달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라고 소개했다.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교수(유방암)도 “30년간 의사 생활하면서 자연요법으로 암을 치유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방광암)는 “명상과 같은 자연요법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일단 암에 걸린 후에는 과학적 치료를 해야 한다. 자연요법에만 의존하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자연요법이 ‘보조도구’로서 효용 가치가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소의영 아주대병원 교수(갑상샘암)는 “자연요법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치료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다”며 “다만 이때도 의료진의 지시를 철저히 따라야지, 치료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 베스트닥터들의 암 예방법
암은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기검진이 최고의 예방법이라고 베스트닥터들은 입을 모았다. 양한광 교수는 “위암의 경우 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하면 81%, 매년 검사하면 99%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규석 칠곡경북대병원 교수(대장암)도 “50세 이후로는 3∼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흡연과 같은 암 유발 요인은 피하는 게 좋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여기에 긍정적인 마음과 주기적 운동을 추가하라고 했다. 암 예방에 좋은 음식만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재원 삼성서울병원 교수(간암)는 “암을 막아주는 특정 음식은 없다. 채소와 생선, 과일을 충분히 먹고 음식은 싱겁게 조리하라”고 충고했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교수(폐암)는 “베스트닥터라고 해서 암 예방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절제다”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