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연세대 신과대 교수
《“아우구스투스여, 저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카시우스 디오 ‘로마사’》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제국을 창건한 아우구스투스의 원래 이름이다. 로마시민은 옥타비아누스를 ‘아우구스투스’라고 고쳐 불렀다. ‘존엄한 자’란 뜻이다. 새로운 제국을 창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누적된 과거의 적폐를 청산해야만 가능한 일이고, 새로운 제국의 정신이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아우구스투스는 혼란스럽던 로마공화국 말기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제국의 정신을 로마시민에게 제시해 유럽 역사의 빛나는 시대를 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제국을 창건하기 전에 두 참모에게 물었다. 자신이 제국을 창건하는 계획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 것이다. 마에케나스는 유창한 연설로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제국을 창건해야 하는 당위성을 펼쳤다. 아우구스투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갔을 것이다. 다음은 아그리파의 순서였다. 그의 연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제가 아우구스투스 당신에게 황제가 되지 말라고 설득해도 놀라지 말기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황제가 된다면 내게는 엄청난 이익이 되겠지만, 저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카시우스 디오가 쓴 고전 ‘로마사’의 제52권 2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우구스투스의 면전이었지만 아그리파의 직언은 거침이 없었다. “황제 통치보다 민주정치가 훨씬 더 뛰어난 정치 체제임은 그리스가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며 아우구스투스의 야심을 누그러뜨린 것은 물론이고 “개인이 그런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 실제로는 그 권력 때문에 그 개인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인생의 진정한 기쁨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감정적인 호소도 덧붙였다.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도발적 연설이었다.
문화적으로 보면 로마는 그리스보다 열등한 후발 민족이었고, 신체 골격으로 보면 로마인은 게르만족에 비해 왜소했다. 제국의 크기로 본다면 로마는 페르시아와 견줄 수 없는 작은 반도 국가였다. 그럼에도 로마가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직언을 주저하지 않았던 참모 아그리파와 바다와 같이 넓은 포용력을 갖추었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