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화 자동신고시스템 작동… 천천히 돈 세며 최대한 시간 끌어 경찰, 차량 추적 2분만에 검거
“빨리 쓸어 담아! 신고하면 죽인다.”
2일 오전 2시 50분경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검은 털모자를 쓴 3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생 박모 씨(22·여)에게 소리쳤다. 남성은 30cm가량의 흉기를 들고 있었다. 5분 전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이 강도로 돌변한 것이다.
겁에 질린 박 씨의 머릿속에 편의점 주인이 알려준 ‘무통화 자동신고시스템’이 떠올랐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3∼5초간 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112에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박 씨는 계산대 아래에 놓인 수화기를 몰래 내려놓았다. 시간을 벌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지폐를 세어 건넸다. 마음이 급한 범인은 서둘러 지폐 수십 장을 챙긴 뒤 편의점 앞에 세워놓은 차량에 올라탔다.
안보겸 기자 ab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