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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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밤샘 청약’ 열풍까지 일었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중 수익률이 기대 이하인 곳이 속출하자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16년 관람객으로 북적이던 한 오피스텔의 본보기집. 동아일보DB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퇴 이후를 위해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 4050세대(40, 50대)들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3, 4년 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활황세로 접어들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사이에서 저금리 시대에도 5∼10%에 달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돈이 몰렸다. 하지만 그동안 공급 과잉, 금리 인상,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이 ‘진실의 순간’을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미완공 물량도 웃돈이 붙지 않아 사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는 지난해 분양 당시 청약을 받기 위해 투자자들이 하루 전부터 본보기집 앞에서 밤을 새웠던 단지다. 정부의 ‘6·19대책’과 ‘11·3대책’ 등으로 예고된 대출 및 전매 규제가 적용되기 직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정작 현재 붙은 웃돈은 200만 원가량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직후 반짝 붙었던 프리미엄을 주고 산 사람들은 2000만 원 정도 손해를 보고 내놓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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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망가진 건 공급 증가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오피스텔은 7만7000실이 넘는다. 역대 최고치인 2016년(4만7484실) 입주물량보다 3만 실가량 많다. 2016년 제주에 공급된 분양형 호텔은 7000실로 2011년(257실)의 27배가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금리가 뛰면서 부담은 더욱 커져갔다. 2013년 5.74%였던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지난해 말 5.10%까지 떨어졌다. 대출이자와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훨씬 낮다.
전망은 더 어둡다. 내년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7만1000채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리 역시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상가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9%에서 5%로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빨간불’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