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이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 간 북-미 회동을 우회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한 연설에서 이번 방한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해빙 기류를 북-미 대화로 이어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기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는 이전보다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도 묻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북한에도 펜스 부통령과 대등하게 만날 수 있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정도의 고위급 인사를 평창 올림픽에 보내길 바란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김정은 다음가는 2인자 3인자 등 급(級)이 높을수록 좋다”고 했다.
하지만 작금의 워싱턴 기류를 보면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고리로 ‘최대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대북 군사적 옵션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올림픽 납치’까지 경고했던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거듭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새로운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도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에선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서 북측 인사를 조우하더라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