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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수소차 육성… 올해 보조금 130대뿐

입력 | 2018-02-05 03:00:00

미래차 인프라 지원 태부족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2일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수소 전기 자율주행차 ‘넥쏘’를 타고 고속도로로 나섰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에서 판교 나들목에 이르는 7km가량을 달렸다. 이 자동차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수소 전기차다. 정부는 이날 2022년까지 35조 원을 투자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정부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우려한다. 자칫 세계 시장에서 미래 자동차 주도권을 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업계가 꼽는 3대 선결과제는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 충전 인프라 대폭 확충,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 설치다. 미래차 육성을 위한 기본 인프라다.

당장 친환경차 구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올해 보조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모두 보조금 지원이 수요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국내에서 팔리는 수소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130대(대당 2750만 원 기준) 수준이다. 다음 달 현대차가 만든 차세대 수소 전기차 ‘넥쏘’ 판매가 시작된다. 넥쏘의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가 3000대인 가운데 정부가 국내 판매량을 사실상 130대로 한정 짓는 셈이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에서 더 많은 차량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액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수소차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정부 보조금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이미 지난해 1400만 원에서 올해 1200만 원으로 줄었다. 현재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수는 2만 대 수준이다. 올해 예상 수요가 5만 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되면 추가 예산을 확보하도록 추진하고 2022년까지 보조금 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올해 보조금 추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선착순 보조금’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충전소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수소 충전소는 전국에 11곳인데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6곳밖에 없다. 정부가 2025년까지 전국 도로망에 수소충전소 200개를 구축하겠다며 발표했던 ‘수소복합충전소’ 사업도 사실상 무산됐다. 민간사업자가 수소충전소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휴게소 영업을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었지만 기존 휴게소 사업자의 반발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

보조금, 충전소, 친환경차 관련 규제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산업 발전위원회’를 제안하며 “정부 관련 부처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도 다 참여하는 범국가적인 위원회로 구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동차 업계는 위원회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예산과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래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이 관련돼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산이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상태에서 효과적인 미래 자동차 산업 전략을 이끌기 어렵다. 예산이 통합돼야 한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 전략과제로 예산이 쏠려도 인사고과에 문제가 없도록 체계를 바꾸는 등 현실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래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곤 한다. 실질적인 정책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 정권과 상관없이 중장기 정책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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