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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평창 북미대화’ 제안에 트럼프 묵묵부답

입력 | 2018-02-05 03:00:00

文대통령, 한밤에 전화 건 트럼프에 “펜스 방한이 평화정착 계기되길”
펜스 “전략적 인내 끝났다 전할것”
트럼프 “北인권 개선 중요” 압박… 靑 발표문엔 관련 내용 언급 없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주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제안했다. 2일 밤늦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예고 없이 성사된 한미 정상 통화에서다. 대북 강경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미국과 대규모 열병식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북한 사이에서 ‘평창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을 새로운 압박 카드로 꺼내 들면서 오히려 한미 간 온도차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통화가 이뤄진 것은 2일 오후 11시 반부터 밤 12시까지 약 30분간이다. 당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제안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문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되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8일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파견될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나는 북-미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최대 압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날 통화가 느슨해질 수 있는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 간 시각차는 한미 정상 통화 직후 펜스 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가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 행사 연설에서 더욱 극명해졌다. 펜스 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평창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할 때, 우리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로운 대북 압박 카드로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탈북자 8명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며 “문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들(남북)은 올림픽과 관련해서 대화하고 있다. 그것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좋은 일”이라면서도 “올림픽이 매우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다음은 누가 알겠느냐.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매우 빨리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탈북자들은 “김정은 정권을 제거할 수 있는 나라는 유일하게 미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북한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부 의원이 북한 문제를 대화로만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문 대통령과 통화한 후 낸 보도자료에서도 “두 정상은 북한 인권 개선의 중요성을 논의했으며 이 문제를 위해 협력하는 데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 발표에선 북한 인권 관련 내용이 아예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잘 봤다’며 먼저 언급한 내용”이라며 “다만 한미 간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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