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4]개회식 리허설 체험해보니
추운 날씨도 개회식을 미리 경험하려는 참석자들의 열정까진 막을 수 없었다. 개최 도시 주민과 자원봉사자 및 출연진 가족 등으로 구성된 2만여 명의 관중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가장 우려했던 한파로 인한 안전사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각자 만반의 준비를 해왔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도 다양한 방한 대책을 세웠다.
조직위는 바람이 드나드는 관람석 상단과 하단에 약 500m 길이의 방풍막을 설치했다. 이날도 행사장 밖에는 각국 국기들이 팽팽히 펼쳐질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중석 안은 잔잔한 편이었다. 하지만 견딜 만했을 뿐이지 춥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특히 발이 시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방한 부츠를 신고도 한 시간가량 지나자 상당한 고통이 느껴져 왔다. 무릎도 시렸다. 개회식 당일에는 발과 무릎 보온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40대 참가자는 “마치 극기 훈련을 한 것 같다. 발 핫팩과 무릎 담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은하 씨(20)는 “춥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며 빨갛게 언 손을 연신 호호 불었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행사가 끝까지 전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직위는 이날 6종(판초 우의, 무릎 담요, 핫팩 방석, 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의 개인 방한용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직위는 정식 개회식 때 이 용품들을 지급할 계획이다.
미리 보는 개회식 불꽃놀이 3일 강원 평창 겨울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 리허설에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리허설엔 자원봉사자와 출연진 가족, 유관기관 관계자, 개최 도시 주민 등 2만여 명이 초청돼 지켜봤다. 오후 8시 시작해 10시 10분 끝났는데 섭씨 영하 15도에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21도까지 떨어지자 추위를 못 이긴 일부 관객은 일찍 자리를 떴다. 평창=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관중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개회식 시간이 다가오자 조직위는 모든 게이트의 보안 검색을 포기했다. 조직위는 검색을 하지 않고 모든 게이트를 열었고 한꺼번에 수천 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진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러나 보안 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시에 들여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안 검색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안 검색대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검색대 주변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보온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4세 딸, 아내와 함께 개회식을 관람한 한 조직위 직원은 “정식 개회식 때는 입장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일찌감치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실내에 마련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즐기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검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반입금지 물품을 미리 숙지한 뒤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드레스 리허설 때 발생한 미비점들을 정식 개회식 때까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