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여기자 포함된 저녁식사때 신용카드에 특정부위 빗대 표현 민원장 “그때 참석자들에 사과했다” 野 “성희롱 당사자에 개혁 맡기나”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가운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주요 사건 재판이 집중되는 전국 최대 법원 서울중앙지법을 총괄하는 사법부 핵심 보직이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2014년 9월 23일 당시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였던 민 부장판사는 20여 명의 남녀 기자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고법 판사 7명도 참석했다. 이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민 부장판사가 받아들여 전교조가 항소심 판결 때까지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다음 날이었다.
술잔이 몇 차례 돈 뒤 민 부장판사는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석자들은 ‘신용카드로 여성이 원하는 걸 사주면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소를 띤 민 부장판사는 “이 정도면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했다. 당시 민 부장판사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는 여기자 3명이 있었다.
그의 부적절한 발언 직후 식사 분위기는 얼어붙었다고 한다. 동석했던 판사들은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애썼고 일부 기자는 민 부장판사의 팔을 붙잡으며 경고를 했다. 당황한 민 부장판사는 식사가 끝나자 “할 일이 남았다”며 먼저 자리를 떴고 이어진 2차 회식 장소에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 뒤 언론이 취재에 착수하고 법원 내부에서 비판 의견이 나오자 민 부장판사는 식사를 함께 한 여기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민 부장판사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사과했다. 지금도 부적절한 말을 한 데 대해 같이 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요즘처럼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음담패설로 물의를 빚은 판사가 주요 고위직을 맡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직접 재판을 하지 않지만 중요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형사합의부와 영장전담재판부 등 소속 법관 330여 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