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참사와 너무 다른 화재대처
그래픽 김성훈 기자
○ ‘경보-피난-소화’ 모두 완벽했다
이날 화재는 2005년 세브란스병원 본관 신축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다. 출입구 연결통로가 전소될 수준의 불이었다. 완전 진화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경미했다. 환자 8명이 약간의 연기를 마셨다. 방화시설과 비상시 대응까지 모두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던 결과다. 지난달 26일 41명이 숨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와는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의 대처는 처음부터 달랐다. 화재 직후 병원 내 소방시스템이 이상신호를 감지했다. 동시에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가 차례로 작동했다. 화염과 연기가 다른 공간으로 퍼지는 걸 막았다. 반면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1층 방화문이 없어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전체 건물로 퍼졌다.
불이 꺼진 뒤 세브란스병원 내부를 둘러본 결과 피난계단에서는 그을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닫혀 있던 방화문 덕분에 연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각 방화문에 ‘물품 적치를 금한다’ ‘고정 장치를 부착하면 안 된다’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화재 감지와 동시에 자동으로 작동을 멈췄다. 병원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을 내보낸 뒤 추가 탑승을 막았다.
○ 비결은 실전 같은 훈련
의료진 역시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평소 훈련 덕분에 당황하지도 않았다.
2015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화재 대피 훈련. 수술 중 환자와 의료진이 대피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연세의료원 제공
응급실 환자 31명 중 2명은 이동형 생명유지장치가 연결된 상태에서 곧바로 밖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침대에 누운 그대로 옮겨졌다. 세종병원 화재 때는 다수의 환자가 대피 과정에서 호흡기 등 생명유지 장치가 분리돼 이송 도중 숨졌다.
세브란스병원은 매년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해 한 차례 이상 자체 훈련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청소부 등 용역업체 직원까지 예외 없이 참여한다. 소화기 사용부터 비상구 대피 요령, 환자 상태별 이송 방식 등을 실제와 똑같이 훈련한다”고 말했다. 또 구청과 소방서가 참여하는 합동훈련도 한다. 정문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합동훈련을 통해 소방관들이 병원 구조를 상세히 알게 돼 발화지점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시된 소방점검 기간도 총 48일이었다.
3일 세브란스병원 화재 당시 20층 병동에 있었던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화재 발생부터 대피 등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의료진의 침착한 대처가 큰 화를 막았다"고 말했다. 정현우 기자 ed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