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은 아카데미 시상식 주인공은 ‘올 더 머니’ 단 9일 촬영 플러머… 남우조연상 거머쥘지 관심 여배우 앞세운 男감독 작품상 경쟁
올해 90회를 맞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1일 ‘올 더 머니’를 시작으로 주요 후보작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어떤 작품, 배우가 수상하게 될지 함께 점쳐 볼 수 있게 됐다. 수상이 기대되는 아카데미 ‘화제의 인물’을 통해 영화제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
3월 4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메릴 스트립. ‘더 포스트’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으로 당당히 역량을 뽐내는 캐서린 역을 맡았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 메릴 스트립, 신기록 세울까
총 21회 노미네이트. 90회 역사의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69)이 세운 초유의 기록이다. 그는 정부가 은폐했던 베트남전쟁 기밀문서를 폭로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더 포스트’에서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으로 또다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위인 캐서린 헵번과 잭 니컬슨(총 12회)과는 압도적인 격차다. 이번에 수상하면 ‘철의 여인’(2011년) 이후 4번째 오스카를 수상해 캐서린 헵번(4회)과 함께 최다 수상자의 영예도 안는다.
게리 올드먼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윈스턴 처칠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UPI코리아 제공
○ 게리 올드먼, 디캐프리오 뒤이을까
남우주연상 후보로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60)이 올랐다. 외신들은 “수상 못 하는 게 이변”이라며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
올해로 데뷔 36년을 맞은 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상복 없는’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아카데미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년)를 통해 딱 한 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게 전부다. 올해 그가 수상한다면 수차례 도전 끝에 2016년 남우주연상을 받은 디캐프리오에 이어 ‘상복 없는 배우’ 타이틀을 마침내 벗어던지게 된다.
○ 단 9일 촬영에 남우조연상 수상?
연기 경력 70년. 역시 거장은 거장다웠다. 재벌 유괴 실화를 다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토퍼 플러머 얘기다.
○ 여성 전면 내세운 남성 감독 2파전
올해 할리우드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가 화제였던 만큼 시상식에서도 단연 여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상식의 꽃인 작품상의 유력 후보로도 여성이 중심에 선 두 작품이 꼽히는 상황. 앞서 골든글로브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쓰리 빌보드’와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품 모두 남성 감독의 연출작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22일 개봉)는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샐리 호킨스)가 비밀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와 만난다는 내용의 로맨스 판타지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쓰리 빌보드’(3월 15일 개봉)는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려는 어머니 투쟁기를 담았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