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1948년 런던 대회까지 올림픽에는 건축, 문학, 음악, 회화, 조각 등 다섯 개 예술 종목이 있었다.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한 문학의 세부 종목은 송가(頌歌)를 대상으로 하는 혼합 문학, 극작, 서사시, 서정시 등이었다. 1912년 혼합 문학 금메달 수상자 게오르게스 호로트와 마르틴 에슈바흐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내세운 가명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7년 뒤 고백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혼합 문학 동메달 수상자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의사인 올리버 세인트 존 고가티였다. 그는 제임스 조이스 소설 ‘율리시스’(1922년)의 등장인물 벅 멀리건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서사시 은메달 수상자 에른스트 바이스는 카프카와 친분이 깊었다. 그는 카프카가 펠리체 바워와 결혼하려 할 때 만류했으며, 카프카가 파혼을 선언할 때 옆에 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J R R 톨킨, 제임스 매슈 배리의 ‘피터 팬’ 등 다양한 영국 문학이 등장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피터 팬’을 낭독했다. 기원전 776년 고대 그리스의 첫 올림픽 기간에 전쟁을 멈추기로 함으로써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 되었다. 고대 올림픽은 시인들이 기량을 겨루는 문예의 제전이기도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평화와 문화의 양 날개를 달기를 기대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