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서 듣는다 순천대 문승태 교수
문승태 교수는 진로교육에 열정이 있다. 문 교수는 배우면 배울수록 행복해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한국 교육현실에 안타까워하고 그것을 바꾸려 노력한다. 그는 진로교육의 가치가 발현되어야 한국교육이 바로 서고 일자리 등 많은 청년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믿는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018학년도 대학입시도 종착역에 다다랐다. 많은 학생들이 희망을 안고 대학에 들어가겠지만 점수에 맞추거나 간판을 좇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적성과 전공 유망 여부를 보고 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대학 졸업 후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공부 잘하는데 중점을 둔 진학교육에 매몰돼 왔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게 통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학벌보다는 어떤 일을 즐기고 또 잘하는지가 직업 선택과 개인의 발전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방심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에 들어갔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초중고에서 진로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진로교육은 그 중요성이 더 커져 가고 있다.
대학 진로교육 전문가인 문승태 순천대 교수는 “대학 진로교육의 핵심은 개인의 미래지향적 진로개발 역량을 개발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돼야 한다”며 “직업세계에서 개인의 적응성, 유연성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고에서 못한 진로교육 대학에서라도 해야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갈등하는 고민 중 하나가 진로다. 전과, 편입, 재수를 놓고 고민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진로교육이 제대로 됐다면 대학 입학은 축제가 돼야 한다. 특정 학과나 대학 진학을 성공 보장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것도 12년간의 초·중등학교 교육에서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공부만 해 왔기 때문이다.
교육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휴학률이 1980년대 초반에는 10.6%였는 데 비해 2015년의 경우 25.8%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졸업 후 취업 준비 때문이다.
진로교육이 대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첫째, 과거에는 대학의 목적과 기능이 엘리트교육에 치중해 왔지만 이제는 대학교육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대학교육 실용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비해 적응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매우 필요한 시기다.
둘째, 진학만 중시하는 교육제도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3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성적에 따라 진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없었음은 분명하다. 대학생들은 취업 시기에 임박한 임기응변식의 구직기술 향상 및 취업전략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인성, 윤리의식, 적응능력, 진로개척 능력 신장, 취·창업 능력 등의 다양한 진로개발 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학 진로교육에 시스템 개선과 전문가 양성 필요
― 대학 진로교육에서 중시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모든 대학은 ‘처’, ‘원’ 또는 ‘센터’ 단위의 진로지원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이 진로역량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일방적인 취업지도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운영목적, 진로 전문인력의 배치, 진로역량 개발에 맞춘 교과와 비교과의 매칭이 중요하다. 대학생들은 진로 및 취·창업 준비를 위해 대학이 ‘현장실습 및 인턴십 프로그램’, ‘전공 관련 진로탐색 과목’, ‘전공교수 진로·취업상담’ 등을 지원해주길 원했다.(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학생들이 원하는 걸 해결하려면 진로전문가 확충이 필요하다.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진로지원을 담당하는 인력 중 57.4%가 3년 미만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된 진로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새내기 대학생 및 학부모에게 진로교육 전문가로서 해줄 조언이 있다면?
“새내기 대학생은 과거의 나를 버려야 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해 자신만의 진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순천대는 진로 설계를 하는 데 목적을 둔 향림취업포인트제를 운영 중인데 포인트를 많이 쌓은 학생들은 이들 바탕으로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고 있다. 또 집단상담을 통해 진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많은 독서와 작문, 폭넓은 사고와 다양한 경험은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동아리 활동 및 멘토링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참여는 대학 졸업 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할뿐 아니라 직업을 갖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는 자녀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도전하는 태도를 칭찬해주길 권한다. 진로에 대한 정보를 자녀와 공유하며 함께 진로탐색에 나선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 거시적인 환경변화로 발전 기회 잡아
― 지방 국립대 교수이기도 하다. 진로교육 활성화와 지역사회 혹은 지방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지방대학은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까?
강소대학 육성해 대학 위기 넘어야
―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진학률 감소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대학은 현재의 백화점식 대학에서 강소대학을 지향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 강소대학은 작지만 일자리를 양성하는 대학, 창업·창직에 강점’이 있는 대학이다. 대학 내부 혁신과 더불어 정부·지자체·기업 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협력체제를 만들어 대학과 보조를 맞출 때 제대로 된 강소대학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의 거점대학 육성 위주 정책도 일리가 있지만 서남대, 한중대의 폐교에서 보듯 지방의 작은 대학이 없어질 때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방의 강소대학 육성도 중요하다. 그래야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기 때문이다.”
― 국민은 어떤 진로교육 정책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
“제4차 산업혁명은 다가올 미래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시대로 바꿔놓을 것이다. 일부 정책입안자를 제외하면 사회 지도층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변화하는 세상에 진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 미래의 노동시장은 이·전직, 퇴직 등 이동이 빈번해질 것이므로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평생 동안 생애 관점에서 진로서비스를 받는 미국의 ‘American Job Center’ 영국의 ‘National Careers Services’ 같은 통합적 진로서비스 체제를 완성해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좋다 한들 지속성을 가지려면 여론의 힘이 중요한데 여론은 홍보에서 나오므로 진로교육 정책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문승태 교수는::
1962년 전남 광양 출생
건국대 교육학박사(진로교육 전공)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객원교수(2009)
순천대 인력개발원장(2012.10∼2014.12)
교육부 1기 정책자문위원(2013.7∼2015.7)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장(2015.3∼2017.2)
순천대 사범대학 농업교육과 교수(기획처장)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순천=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