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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나도 선배에게 성폭력 당해…조희진, 그때 조치 없었다”

입력 | 2018-02-05 11:47:00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5일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다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임 검사는 5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대구지검 경주지청 의료 전담 검사로 근무하던 2003년 A 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가 올린 글에 따르면, 2003년 5월 2일 모 단체와의 회식 후 A 부장은 임 검사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따라 왔다. A 부장은 물을 달라고 요구했고, 임 검사는 물을 주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그러다 갑자기 A 부장이 강제로 입을 맞췄고 임 검사가 놀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A 부장이 등을 확 떠밀며 "임 검사 괜찮아"라고 말했다. 임 검사가 비명을 지르고 위협해 겨우 내보냈지만 A 부장은 현관문을 잠근 후에도 초인종을 계속 눌렀다.

이후 임 검사는 수석 검사를 통해 A 부장의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석 검사가 확답 없이 휴가를 가버렸고 결국 임 검사는 지청장에게 찾아가 "주거침임강간미수 고소도 불사겠다. 사표를 받아달라"라고 말해 겨우 A 부장의 사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 검사는 "오른손 등에 생긴 동전 크기만한 멍이 한동안 지워지지 않더라"라며 "그리고 제 마음의 멍은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후 임 검사의 수난은 계속됐다. 2005년 부산지검 근무 당시 임 검사는 전직 검사 출신의 선배 변호사가 주최한 저녁 식사에 참석했다.

당시 임 검사의 부장인 B 씨는 강제로 여성인 임 검사에게 2차 자리 참석을 요구했고, 임 검사는 "당시 성매매 전담 업무를 맡았던 B 부장은 2차 술자리 직후 성매매를 갔다"라며 "B 부장이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상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후에 왜 부산지검이 감찰 착수를 안 했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그동안 자신의 피해 받았던 사실을 2007년 1박 2일로 진행된 여검사 모임에서 털어놨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조희진 단장님. 그때 무언가 조치를 해주셨다면 2010년 서지현 검사의 불행한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최소 피해자 있었다고 하더라도 즉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조 단장님의 조사단장 자격에 제가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였는지에 대해 조 단장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객체"라고 말했다.

한편 임 검사는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검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 검사장은 "수사 결과로 보여 주겠다"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