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돼 강급자들이 예년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정동완·임섭·임형윤 등 강급 후 고전
23기 새내기들의 반란…상향 평준화
한파만큼이나 경륜 강급자들의 겨울나기도 매서운 추위에 휘감겨 있다. 예년에는 특선급에서 우수급으로, 우수급에서 선발급으로 내려온 선수들은 시속에서나 기량 면에서 기존 등급 선수들을 압도하며 곧장 상위등급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특별승급은 고사하고 입상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상향 평준화된 선수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대진방식 변경(금요일 독립대진 시행)으로 금요일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편성되는 부분도 일조하고 있다.
우선 모든 강급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회차에 불과한 성적표이긴 하나 우수급의 윤현구, 박종현, 권정국은 모두 우승 혹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이들 세 선수가 선전하는 비결을 살펴보면 모두가 선행, 젖히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그 외 강급자들은 모두 연속입상 행진이 전무한 상태다. 특히 선발급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 과거 선발급을 주름잡았던 정동완은 지난 광명 1회차 경주에서 우수급에서 보여줬던 끌려다니던 모습을 선발급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마크에만 안주하다 3착, 2착, 5착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임섭, 임형윤 역시 첫날과 예선전인 둘째 날에 모두 고전했고 강자가 빠진 일요경주에서만 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우수급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첫 회차를 순조롭게 풀어갔던 송현희는 광명 4회차에 출전해 첫날 3착하며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급기야 다음날엔 태만실격까지 당하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뿐 아니라 최성국, 노태경, 박지영, 황준하 등도 첫날과 둘째 날엔 선전했다가 결승전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인지도를 앞세워 짧게 승부를 보려다 앞쪽 시속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륜전문가들은 최근의 양상이 강급자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선발급, 우수급 가릴 것 없이 막강 화력을 뽐내고 있는 23기 신인들의 반란 아닌 반란이 강급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경륜 승부사’ 이정구 씨는 “현재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어 강급자들이 고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강한 체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인들도 이런 결과에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강급자들 역시 한 단계 높은 등급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인 만큼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꾸준히 훈련량을 늘리고 전지훈련 등으로 체력을 보강한다면 곧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