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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작품 하나] 김상경 “시나리오가 없어 쇼킹…제 연기 방향성 바꿨죠”

입력 | 2018-02-06 06:57:00

영화 ‘생활의 발견’.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23> 김상경 - 영화 ‘생활의 발견’

20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배우에게 때로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기도 한다. 배우 김상경에겐 2002년 주연한 영화 ‘생활의 발견’이 그렇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극단을 거쳐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김상경은 20년간 연기를 해온 시간을 통틀어 자신의 마음에 품은 최고의 작품으로 ‘생활의 발견’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방향성’을 바꿔놓은 작품이라고 했다.

‘생활의 발견’은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김상경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추상미, 예지원이 김상경과 함께 했다. 영화는 홍 감독의 작품이 그렇듯, 소박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인연을 맺어가면서 그 관계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춘천과 경주를 배경 삼은 영화에서 김상경은 연극배우 경수 역을 맡고 두 여인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일단 시나리오가 없는 게 충격적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텍스트에 충실해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술을 먹고 연기하는 일도 새로웠다. 나조차 모르던, 연기에 임하는 나의 태도를 발견한 기회였다.”

배우 김상경.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김상경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는,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바로바로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지금껏 하지 않는다. 그 습관은 ‘생활의 발견’을 찍으면서 생겼다. 드라마에서 반듯한 이미지의 인물을 연기하다 처음으로 ‘지질한’ 캐릭터를 맡은 터였다. 처음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일이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보지 않다보니, 새로운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인물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게 뭔지 알았다. 영화에 내가 섞이는 기분도 알았고.”

‘생활의 발견’은 스크린에서 김상경의 활동 폭을 넓히게 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한 그는 이듬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흥행도 맛봤다. 이후 홍상수 감독과의 인연은 영화 ‘극장전’, ‘하하하’로 이어졌다.

김상경은 “홍상수 감독의 현장은 마치 맹수가 사는 아프리카 한가운데 놓인 기분을 느끼게 한다”며 “첫 출발인 ‘생활의 발견’은 연기에 관한 한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작이었다”고 돌이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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