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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치 “무거웠던 내 음악 아이 생기며 밝아져…이러다 동요 만들지도”

입력 | 2018-02-06 06:57:00

가수 겸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밝은 모습과 경쾌한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를 바뀌게 만든 건 딸아이다. 육아 때문에 힘든 기색이 역력해도 요즘 바빠서 딸을 자주 못 봐 서운하다는 그다.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 5년 만에 3집 앨범 ‘3’으로 돌아온 조정치

돌쟁이 딸…지금은 빛이 들어오는 시기
난 기타리스트…여성 입장서 곡 만들어
아내이자 좋은 가수인 정인도 함께했죠

가수 겸 기타리스트 조정치(40)가 달라졌다.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한 표정과 우울하고 어두침침했던 음악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한결 경쾌해지고 밝아졌다. 발걸음까지 가벼워진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요즘 그에게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이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핏기 없이 푸석푸석한 얼굴과 느릿한 말투는 그대로여도 최근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3’은 그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2집에서 인간의 무거운 내면에 대해 노래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의 감정부터 이별 후 씁쓸한 마음까지,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가볍게’ 담았다.

“지난 앨범이 많이 무거웠다. ‘유작’이라는 제목까지 붙어 있었으니 무슨 일이 있느냐고 많이 물어보더라. 음악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다보니까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는 달라져야지’하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사람이 밝아진 것 같다. 음악도 그렇고!”

조정치의 변화의 중심에는 결혼과 득녀가 있다. 그는 동료가수 정인과 연애 11년 만인 2013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돌쟁이 딸도 하나 있다.

“결혼보다는 딸아이가 생겨서 변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하하! 아이가 태어나면서 성격도 바뀐 것 같다. 솔직히 가수가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음악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거다. 지금은 ‘빛’이 들어온 시기다.”

가수 겸 기타리스트 조정치.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5년 만에 발표한 앨범인 만큼 음악적 욕심을 모두 쓸어 담았다. 녹음은 메인 보컬과 스트링, 드럼을 제외하고 전부 홈레코딩 방식으로 진행했다.

“예전엔 녹음실 비용이 없어서 집에서 모두 작업하기도 했다. 이번엔 그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작업해보고 싶었다. 드럼 레코딩에 실제 드러머 김범철의 연주를 입혔다. 특이한 질감의 소리를 얻어 만족한다.”

이번 앨범의 특이한 점은 아내 정인을 비롯해 강이채, 김그림, 키니케이, 사바나 앤 드론즈, 프롬, 레이디제인, 선우정아, 연진 등 8명의 여성 뮤지션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저는 기타리스트이지, 솔직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막연하게 여성 입장에서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곡을 쓰면서 이 곡은 누가 불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더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가수들이 있더라. 함께 호흡을 맞춘 가수들 가운데는 일면식이 없는 가수도 있다.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서 부탁했는데도 흔쾌히 오케이를 해줬다.”

아내이자 음악적 동지인 정인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면서 “내 주위에 이렇게 좋은 가수가 있고, 그걸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모르고 산 세월이 아까울” 정도란다.

“동료 시절부터 15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저는 기타 등 연주를 기반으로 해왔던 터라 서로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어느 날 보니까 (아내가)가사도 잘 쓰고 전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생각을 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작은 것 하나하나도 다 물어보고 의지하게 됐다.”

가수 겸 기타리스트 조정치. 사진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새 앨범이 5년 만에 나왔으니 다음 앨범은 또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곡이 차곡차곡 만들어지면 앨범을 내는 스타일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딸까지 생겼으니 공백은 더 길어질지 모른다.

“언제 음악을 그만하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음악을 그만하게 된다는 것은 제 앨범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저는 음악적으로 기반이 튼실하지 않으니까 고민이 많다. 솔직히 제 앨범을 내는 건 영양가가 없는 일이다. 남에게 곡을 써주면 돈은 더 벌 수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누가 시켜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음악이다. (음악)할 때는 최고의 ‘복’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편이다. 서글프거나 박탈감 같은 건 없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혹시 또 모른다. 이러다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동요를 만들지도. 하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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